2019년 들어와 양돈 농가를 공포에 떨게 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이후 2년 동안 농가 발생 7건에 불과하면서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우리나라 가축 방역을 두고 초동 방역과 야생멧돼지 관리가 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내고 있다.
2019년 국내 양돈농장에서 발생해 막대한 손해를 끼쳤던 ASF는 지난해와 올해 총 7건이 발생하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그동안 구축한 방역 인프라를 기반으로 농장 간 수평전파를 막은 것이 주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올해는 농장 발생 위험이 큰 여름·가을철의 야생멧돼지 ASF 발생 건수가 지난해 대비 71% 증가했지만 사육돼지에서의 ASF 발생을 5건으로 마무리했다.
야생멧돼지에서 ASF 발생은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145건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 같은 기간에는 248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야생멧돼지 집중 수색·포획을 통해 서식밀도 저감 및 오염원을 제거하고, 울타리 설치를 통한 확산 지연에 나섰다.
그 결과 2019년 ㎢당 2.29마리였던 야생멧돼지 서식밀도는 올해 7월 기준 1.2마리까지 낮아졌다. 야생멧돼지를 차단하기 위한 광역 울타리는 총 1418.3㎞에 걸쳐 설치됐고, 취약 구간은 지속적인 점검과 보강 작업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ASF가 93건이나 발생했던 경기 포천의 경우 현재까지 농장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올해 국내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올해 10월에는 국내 사육농장에서 2건이 발생했지만 이후 농장 간 수평전파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환경부, 국방부가 참여하는 ASF중앙사고수습본부는 매주 3회 ASF 방역상황 회의를 개최해 현장 방역상황 점검 및 개선·추진 중이다.
특히 가축방역당국을 진두지휘하는 농식품부는 장관이 매일 방역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년 국내에서 ASF가 처음 발생한 당시에는 장관이 직접 나서 하루 두 차례 방역 점검 회의를 주재하면서 ASF 모범 방역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국내 첫 양돈농가 확진 발생 후 한 달 만에 소진 기록을 세웠고, 이는 발생 국가 중 최단기 소강상태 진기록이다.
방역의 주된 성과는 수평전파를 차단한 데 있다. 야생멧돼지 ASF 발생 및 인접 지역을 6개 권역으로 구분, 축산차량을 통한 돼지 및 분뇨 등의 권역 간 이동을 통제해 확산을 차단했다. 710대의 소독차량을 투입해 멧돼지 출몰지역은 물론 양돈농장의 바이러스 이동경로를 매일 일제 소독했다.
농장주인 농민들에 대한 방역 관리도 주요했다. 발생·인접 지역 지자체의 양돈농장 964가구에 대해서는 328명의 전담관을 지정해 매일 유선으로 발생농장 미흡사례와 모돈사 방역수칙을 전파했다. 하루 평균 6000건의 방역수칙 문자를 농장주에게 전송하고, 외국인근로자를 대상으로 19개 언어로 번역해 보낸 방역 수칙도 하루 평균 1340건에 달한다.
이 같은 성과를 두고 해외에서는 우리나라를 방역 모범 국가로 인정했다. 지난해 1월 열린 ASF 고위급 국제회의에서 모니카 엘리에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사무총장은 다각적이고 신속한 방역 정책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특히 능률적인 상황관리, 신속한 살처분, 효율적인 가축의 이동제한, 야생멧돼지 개체 수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모니카 엘리에 사무총장은 "한국의 방역 조치를 182개 OIE 회원국에 공유해 각국 ASF 방역 정책 수립 시 참고할 수 있게 하겠다"고 높이 평가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야생멧돼지 발생지역이 충북 제천·단양으로 확대됨에 따라 농장의 ASF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판단, 발생 차단을 위해 농장 차단방역 강화할 계획이다.
중점방역관리지구에 17개 시·군을 추가 지정하고 발생·인접 지역 내 농장에 강화된 차단방역 시설을 설치해 방역수준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전국 확산에 대비해 법령 개정을 통해 전국 양돈농장에 대해 강화된 농장 방역시설 설치 의무화 추진한다. 아울러 최근 발생지역 및 인접 지역을 야생멧돼지 핵심차단·포획집중구역으로 설정해 대대적 수색·포획을 실시, 개체 수를 최대한 줄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