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다시 위기경영체제, 절박한 현실인식 공유를

입력 2021-12-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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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7일 각 사업부문 대표이사 3명을 모두 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 세대교체를 통한 쇄신의 의지다. 그동안 반도체(DS)·가전(CE)·모바일(IM)의 3축으로 구성됐던 사업부문도 반도체와 완제품(SET)의 2원 체제로 재편했다. 가전과 모바일의 경영을 통합한 것이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실적을 거두는 상황에서 예상을 깬 대폭의 인적개편이다. 삼성은 “불확실성 시대에 선제 대응하고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미래준비 기능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 삼성’을 위해 다시 ‘위기경영’의 시동을 건 것에 다름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미국을 다녀오면서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고 강한 위기감을 표출했다. 이 부회장은 또 “미래 세상과 산업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 생존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전환기를 헤쳐나가고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실적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전개될 글로벌 시장환경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이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이다. 삼성의 주력이자 한국 최대 수출상품인 반도체부터 먹구름이 짙어진다. 삼성은 그간 과감한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한 초(超)격차로 시장지배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은 ‘반도체 내셔널리즘’으로 이어져 자급력을 높이는 데 전력투구하는 양상이고, 유럽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메모리 세계 최강자인 삼성의 위상이 흔들린다. 집중 육성하고 있는 파운드리에서도 대만 TSMC의 공세가 압도적이다. 또 다른 주력인 스마트폰은 시장의 성숙으로 성장한계가 뚜렷하다.

기업경영에 위기 아닌 때는 없다.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의 시대에 매 순간이 위기다. 실제 위기가 닥쳐온 후 대응하는 것은 이미 늦다. 항상 위기의식으로 무장하고 변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면 없는 위기도 만들어 내야 한다.

삼성의 위기경영은 반전의 모멘텀이자 개혁의 시발점으로 그동안의 성공을 일군 원동력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건희 회장의 1993년 ‘신경영’ 이래 항상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무장한 끊임없는 혁신으로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왔다. 결국 위기경영의 요체는 위기에 미리 대비하고 기회를 만드는 데 있다.

삼성이 우리 수출과 투자, 고용, 부가가치 생산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국부(國富)를 키우는 역할은 절대적이다. 삼성이 흔들리면 나라 경제의 심각한 위협요인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시장환경의 엄중한 현실은 삼성만의 얘기도 아니다. 다른 기업, 또 정부도 절박한 위기상황의 인식을 공유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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