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쫓아오는 엘피다 '무섭지 않다'

입력 2009-02-11 17:03 수정 2009-02-1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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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칩ㆍ렉스칩과 영업통합 합의…대만 정부 지원 나설 듯

연속 영업적자와 수요급락으로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세계 3위의 메모리반도체 업체 엘피다가 대만 정부라는 든든한 자금원 확보에 성큼 다가섰다.

여기에 파워칩, 렉스칩이라는 동생들도 한 지붕 아래로 끌어들여 규모도 키워 하이닉스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는 2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엘피다와 파워칩, 렉스칩, 프로모스 등 대만 반도체 3사가 영업통합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메모리 업계에 따르면 이 중 프로모스를 제외한 대만 2개사와 엘피다의 통합은 기정사실화된 양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엘피다가 대만 정부와의 합의를 통해 신규 지주회사 만드는 것”이라면서 “지주회사가 엘피다와 렉스칩을 자회사로 두고 렉스칩이 다시 파워칩을 자회사로 유지하는 방안으로 이야기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하이닉스와 협력관계인 프로모스는 일부 보도와는 달리 이 구도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엘피다와 대만 2개사와의 영업 통합은 올 초 차입금 반환을 목전에 둔 엘피다의 고민과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와 앞선 기술 확보에 목마른 대만 정부의 사정이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순차입금비율이 113%까지 확대된 엘피다는 당장 3월 결산기 자본총계가 전년의 75% 수준을 하회할 경우 차입금의 상당부분을 일시 상환해야하는 처지다.

대만 정부 역시 기간산업을 이루고 있는 반도체 기업들이 연속 적자 속에 파국을 맞게 되면 전후방 산업에 미치게 될 악영향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엘피다와의 통합을 적극 추진해 왔다.

실제로 대만 정부는 파워칩 등 자국 반도체기업에 약 2조8000억원 수준의 공적 자금 수혈을 조건으로 일본 엘피다와의 합병을 주문해 왔다.

엘피다는 이번 대만기업들과 영업통합에 따라 조만간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푸르덴셜증권 박 현 차장은 “언제 얼마가 들어갈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대만 정부가 지주회사에 4000억~5000억원 정도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대만 정부가 돈을 대주고 엘피다가 기술력을 제공하는 사업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박 차장은 “엘피다가 대만 정부지원을 바탕으로 핵심장비를 대거 확보할 경우 엘피다의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산업 재편 흐름에서 하이닉스의 장기적인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신한증권 김지수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순차입금이 7조원인 하이닉스의 재무구조가 취약한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내년 이후 호황기가 오더라도 시장점유율 회복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는 “경쟁력의 핵심은 기술력과 원가절감력”이라면서 “일시적으로 점유율을 우리보다 높게 가져간다고 해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피다와 대만 기업의 연합이 당장에는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겠지만 기술력에서 하이니스가 우위에 있는 만큼 D램 시장점유율 20% 전후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엘피다가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도 원가경쟁력을 좌우하는 미세공정에서 하이닉스가 1년 정도의 격차를 지속적으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밝힌 것이다.

업계에서도 현재 50나노대급 미세공정으로 전환 중인 하이닉스가 빨라야 올해 2분기부터 50나노급대로 전환에 들어갈 엘피다에 비해 20~30% 정도의 원가 우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라는 든든한 자금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엘피다가 향후 설비투자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느냐가 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주요 관전 포인트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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