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커, 디지털 충격파] ‘디지털 빅뱅’이 몰고온 은행 인력구조 재편

입력 2021-12-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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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직급 더 이상 의미없어”
비대면 확산에 4000명 감원
인재의 기준도 ‘디지털 능력’
AI뱅커 집중 투자 생존 모색

은행권의 인력 구조가 디지털 혁명의 충격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디지털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은행의 정체성은 ‘계좌’였다. 모든 은행 업무는 지점에서 직접 계좌를 트고 실물통장을 받으면서 시작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계좌 개설 없이도 은행의 모든 업무를 볼 수 있는 디지털 금융 시대가 열리면서 은행은 과거의 영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됐다.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핀테크가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은행은 미래를 위한 디지털에 과감한 투자를 시작했다. 아날로그 시대의 발전을 이끈 산물에 대한 집중도는 자연스럽게 줄게 됐다. 디지털 금융에 적합한 리더를 세우고, 경쟁적으로 늘려가던 오프라인 영업 지점을 과감히 폐쇄하고 있다. 결국 영업점에서 일하던 행원에 대한 운용법도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디지털 금융에 적합한 새로운 인력 구조 실험에 나선 것이다.

8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연말 은행권의 희망퇴직 규모는 최대 4000여 명이다. 은행권의 인력 감축은 디지털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비대면 업무 증가는 오프라인 지점의 필요성을 떨어뜨리고, 은행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줄이는 계기를 만들었다. 은행원들 역시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핀테크의 등장으로 이직의 기회가 많아지고 ‘몸값’이 높아지면서 희망퇴직을 발판 삼아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인력 감축의 속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의 인력 구조 변화는 단순히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인재의 기준도 바꾸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차기 행장으로 이재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을 내정했다. 1966년생(만 55세)의 은행장을 선택하며 역대 은행장 중 가장 젊은 인물을 선임한 것이다. 최근 삼성, 네이버 등 선도 기업에서 젊은 임원을 등용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수적인 은행 역시 연륜 대신 디지털 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리더의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신입사원의 조건도 다르다.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 공채를 하지 않는다. 대신 디지털 능력이 뛰어난 인재 선발에 나섰다. 전통적인 뱅커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재 발굴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발 빠른 은행들은 빅테크·핀테크와 결제 플랫폼을 두고 격전을 벌이며 전통 금융권 중 상대적으로 유연하다고 평가받는 카드사처럼 직급 체계를 변화하려고 시도 중이다. SBI저축은행은 최근 새로운 직급 제도 통폐합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경쟁자가 은행이 아닌 시대가 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인공지능(AI) 뱅커 등 디지털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인력 역시 디지털 시대에 적합하게 변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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