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내년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대출(중·저신용자대출)을 대출총량 관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민·취약계층 지원 강화를 내년 가계대출의 방향으로 정했다. 실수요자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금융 상품을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면서 내년도 금융사 대출 총량 관리 한도에서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금융 상품에 대해선 제외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는 일단 금융당국의 방침이 반갑다.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출총량 규제에 중금리대출이 포함돼 있어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 어려웠다. 중금리대출 목표치 때문에 고신용자 대출을 막고 중·저신용자에게는이자를 지원해주면서 대출을 공급하는 등 수익성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일부 영업을 중단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현재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과 내년도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논의 중이다. 중금리대출이 내년 가계대출 한도에 포함되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중금리대출을 총량 규제에서 제외해주면 인터넷은행에는 주택담보대출 등의 신상품 출시에 부담을 덜 수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연간 누적 순이익 84억 원을 기록해 출범 4년 만에 누적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카카오뱅크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95.6%나 성장한 1679억 원을 기록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중금리대출을 일정 정도로 수준으로 가져가는 것은 업계의 과제”라면서도 “일부 완화해주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제공할 수 있어 결국은 소비자 혜택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 3분기 기준 가계 신용대출에서 중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카카오뱅크가 13.4%, 케이뱅크가 13.7%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두 은행의 올해 목표치인 20.8%, 21.5%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서 두 은행은 올 4분기 각각 1조4000억 원과 5000억 원 정도의 중금리 대출을 더 취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올 9월까지 1조 원을 케이뱅크는 10월까지 4650억 원을 중금리 대출에 공급했다. 올 4분기 3개월이 남은 상황에서 현재 수치를 고려하면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중금리대출 목표 달성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인위적인 제재를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못했다고 기계적으로 제재나 패널티를 주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터넷은행 자발적으로 중금리대출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적으로 할 역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