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부는 세대교체 바람…1970~80년대생 임원 '전진 배치'

입력 2021-12-09 15:37 수정 2021-12-0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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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리더' 된 40대 임원
삼성ㆍSKㆍLG그룹서 일제히 70~80년대생 발탁 인사
생존 필수 조건 된 임원 세대교체
조직 문화 쇄신ㆍMZ세대와 소통 기대하는 목소리도
내년 100대 기업서 1970년대생 임원 비율 40% 넘을 듯

올해 기업들의 연말 인사에선 나이, 승진 연한과 관계없이 성과를 위주로 한 과감한 인재 발탁이 유독 많았다. 특히 주요 임원직에 1970~80년대생들이 대거 선임되면서 ‘86세대’(1980년대 대학 입학, 1960년대 출생)에서 ‘X세대’로의 무게 중심 이동이 가시적이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1970년대생 오너 3~4세 체제 전환이 활발히 이뤄진 데 이어 경영 전면에 나서는 임원진들의 연령대도 연쇄적으로 낮아진 것이다.

이 같은 인사 혁신엔 코로나19 재확산,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경영 불확실성을 뚫고 전진하려는 기업들의 의지가 담겨있다. MZ(밀레니얼+Z)세대 말단 직원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한 전반적인 조직문화 쇄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9일 임원인사를 단행한 삼성전자에선 30대 상무∙40대 부사장 등 젊은 리더가 탄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부사장 전무 직급 통합,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인사제도 개편안을 통해 성과만 있으면 30대 임원, 40대 CEO가 탄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러한 능력 위주 인사 신호탄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쏘아올린 셈이다.

삼성 계열사 인사에서도 이러한 기조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선 최열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 모듈개발팀장이 46세(1975년생) 나이로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삼성SDI에선 차세대 전지 소재 개발을 주도한 40대 최익규 상무가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삼성SDS에선 2019년 삼성SDS에 합류해 AI 연구센터를 이끌어온 권영준 부사장, 상품기획그룹장, 전자물류사업팀장을 역임한 서호동 부사장 등 40대 임원이 중책을 맡았다.

▲정기 인사에서 승진한 사업 총괄 노종원 사장 (사진제공=SK하이닉스)
▲정기 인사에서 승진한 사업 총괄 노종원 사장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그룹에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40대 사장'이 등장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신임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1975년생인 노 사장은 지난해 SK E&S 사장으로 승진한 추형욱 대표에 이어 ‘역대 최연소 사장’ 타이틀을 달게 됐다.

LG그룹 인사에서도 1970년대생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LG그룹에선 132명의 신임 상무가 발탁되며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최대 규모 인사가 이뤄졌는데, 신규 임원 중 40대가 82명으로 62%를 차지했다. 전체 임원 가운데 1970년대생 비중도 지난해 말 기준 41%에서 올해 말 기준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한화그룹, 코오롱그룹 등에서도 임원 세대교체는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신규임원은 1973~1976년생으로 40대 중·후반이다. 임원인사 시기를 앞당겨 10월 말에 진행한 코오롱그룹에서도 신임 상무보 21명 중 85%에 달하는 18명이 40대였다.

(자료제공=유니코써치)
(자료제공=유니코써치)

1970년대생이 경영 일선에서 약진하기 시작한 건 최근 몇 년 사이 일이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반기보고서 기준 100대 기업의 올해 1970년대생 임원 비중은 34.4%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20.9%)과 비교해 14%포인트 넘게 올랐다. 2018년까지만 해도 14.3%로 미미했던 1970년대생 임원 비중은 2019년 20%를 넘겼고, 코로나19 와중인 지난해 28%, 올해 34%까지 급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1960년대생 임원 비율은 △2018년 76.4% △2019년 74.1% △2020년 68.7% △2021년 62.9%로 줄어들었다. 내년도 인사에서 주요 기업이 1970년대생 임원을 대폭 기용한 상황이라 낙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흐름대로라면 내년 100대 기업 1970년대생 임원 비중은 40%를 넘기고, 1960년대생은 5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대적인 '젊은 피 수혈'은 2년째 지속 중인 코로나19 팬데믹, 글로벌 공급망 개편 등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포석이다.

미래 전략 수립이나 혁신 사업 전면에 1970년대생 임원이 배치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신임 사장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키파운드리 인수 등에 깊이 관여한 경력으로 최고경영자(CEO) 산하에 새로 신설된 ‘사업총괄’ 조직을 이끈다. LG그룹 최연소 임원이 된 1980년생 신정은 LG전자 상무는 미래 먹거리인 전장 사업의 차량용 5G 텔레매틱스 선행개발을 맡고 있다.

오너 3~4세 경영 시대에서 이들과 같은 눈높이를 지닌 인재 기용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도 한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1968년생), 정의선 회장(1970년생), 구광모 회장(1978년생) 등 55세 이하 'X세대 오너'와 발맞출 새 인물을 찾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연공서열 위주에서 성과주의로의 조직문화 개편에도 40대 임원들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DT) 추진부터, 기업 인력 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MZ세대와의 소통 등 다양한 숙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1970년대생 임원은 소위 말하는 586세대와 MZ세대 사이 '미드필더'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본다”라며 “기업으로서도 획일화된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바꾸되, 갑작스러운 트랜지션(전환) 과정에서 1970년대생 임원들이 가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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