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공식 디폴트’에 시험대 오른 중국 경제…시진핑, 부채·투기 억제서 안정적 성장 유지로 전환

입력 2021-12-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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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달러화 채권 이자 지급 못해 디폴트 공식화
중앙경제공작회의, 새 감세·인프라 투자 강화 천명
새 주택 개발 계획 등 부동산 정책 기조 일부 변경 시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중국 부동산개발 업체 헝다그룹(영문명 에버그란데)이 결국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마침내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헝다 공식 디폴트에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부채 문제와 투기를 억제하는 것에서 ‘안정적 성장 유지’로 정책 초점을 전환했다고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헝다는 지난 6일 이뤄졌어야 할 8250만 달러(약 1093억 원)어치의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지게 됐으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9일 헝다의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지급 불능)’로 강등하며 이 회사의 디폴트를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일단 주식시장 등 중국 금융시장은 헝다의 공식 디폴트에도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이미 지난 9월부터 헝다 디폴트 리스크가 시장에 여러 차례 반영된 데다가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채무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등 헝다 사태 수습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것이 시장 안정 배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헝다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헝다 총부채가 현재 약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자칫 헝다의 디폴트가 글로벌 금융시장과 중국 서민 경제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헝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주민들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막대한 피해에 직면한 상태다. 헝다와 공급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들은 청소업체에서부터 타일 시공업체, 광고회사 등 다양한데, 이들 모두 헝다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듯 중국 중소기업협회가 지난 10월 30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부동산 업계 종사 소규모 기업들의 심리는 7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해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에 중국 지도부는 3일간의 중앙경제공작회의를 마치고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주택은 투기가 아니라 사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내년 경제 최우선 과제는 안정 확보”라고 명시했다. 특히 중저소득층용 주택 개발 계획을 언급하며 “새로운 성장 모델을 모색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아파트 구매 실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규제 강화의 큰 틀을 유지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새로운 감세 조치와 인프라 투자 강화 의지도 내비쳤다.

중국의 이 같은 정책이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중국 경제가 수요 위축, 공급망 혼란, 기대심리 약화라는 삼중고에 놓여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맥쿼리그룹의 래리 후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올해 가장 큰 리스크가 경기과열이었다면 내년엔 경기위축으로 바뀔 것”이라면서 “정책 당국자들이 부동산 규제 완화를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사용하기 꺼려 하다가 뒤늦게 대응에 나서서 이런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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