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승규의 모두를 위한 경제] 탄소세 도입이 필요한가?

입력 2021-1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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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오야마학원대 국제정치경제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는 현행 규제에 더하여 탄소세를 신설하자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올해 초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탄소 배출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그 세입을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균등분배하자는 법안을 발의하였고,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바통을 이어받아 ‘기본소득 탄소세’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현행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더하여 새로운 탄소세 도입이 과연 필요할까?

탄소세와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모두 기업들이 탄소배출량만큼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규제 수단이다. 전자가 배출량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그만큼의 배출권을 사서 제출하라는 방식으로, 비용 부과 방식만 다를 뿐이다. 정책의 외형은 비슷해 보이지만 실행 측면에서는, 가격 규제인 탄소세보다는 배출량 규제인 배출권 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 일정을 보다 정확히 준수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중복 규제의 시너지 효과는 없고, 실행 상 배출권 거래제가 낫다는 의미다.

학계에서도 과거에는 정적 폐쇄경제 모형을 토대로,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는 그 자체로서는 대체로 동등한 규제 수단이라 결론지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글로벌화된 경제에서 탄소세 체제보다 배출권거래제 체제가 경쟁 우위를 점한다는 것과 동적 측면에서 후자가 친환경 기술의 개발과 이전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더욱 크다는 점 등이 밝혀지면서 배출권 거래제가 우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즉, 현실과 이론 모두 배출권 거래제의 손을 들어준다.

우리나라도 많은 논의를 거쳐 탄소세가 아닌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채택하였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유럽연합 탄소배출권 거래제(EU ETS)에 더하여 유럽의 몇몇 나라들이 추가적인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을 사례로 제시하며, 우리도 두 제도를 중복 시행하자고 한다. 그러나 EU ETS는 운영 주체가 EU이기 때문에, 유럽의 각국 정부는 독자적인 환경정책의 일환으로, 그리고 별도의 재원 마련을 위하여 탄소세를 부과한다. 환경정책의 권한과 책임이 단일 정부에 귀속되는 우리에게 유럽식 이중 규제는 불필요하다.

또한 탄소세 추가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현행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강한 불신을 제기한다. 현행 배출권 거래제 하에서는 배출권 발행량의 90% 정도가 무상할당되기 때문에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는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무상할당을 유상할당으로 전환하면 되는 문제다. 입법뿐 아니라 개정 단계에서도 국회를 거쳐야 하는 탄소세와 달리, 배출권 거래제의 유무상할당량 조정은 국회의 동의 절차 없이 행정부의 의지만으로 가능하다. 실제 현 정부도 단계적으로 유상할당 비율을 높이고 있다. 또 한 가지 탄소배출권 거래제 실행 상의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배출권 거래량 부족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는 탄소 배출과 관련없는 금융기관들이 ‘시장조성자’ 자격으로 탄소배출권을 사고팔아 이익을 취하는 것까지 허용해 주었다. 이런 현실까지 감안한다면, 탄소세와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이중 규제는 더더욱 설득력이 없다.

기본소득 재원 마련이라는 탄소세의 목표 역시 재고되어야 한다. 환경경제학에서는 이중배당(double dividend)이라 하여, 환경세로 공해물질 배출을 규제하고 그 세수를 오염원 정화나 친환경 기술 개발 등의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그럼으로써 과도한 규제를 피하면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 탄소세’는 강력한 규제만 앞세워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고, 그 과정에서 확보될 세입은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막대한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어쩌면 현재 정치 지형 상 기업들의 반발을 뚫고 탄소배출권을 유상할당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기본소득을 내세워 국회 입법 절차를 밟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의 국민 분열, 반기업 정서 확산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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