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능 출제 오류’ 대체 몇 번째인가

입력 2021-1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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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기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를 둘러싼 논란이 법정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출제 오류에 대한 소송으로 수능에 대한 신뢰도 깎아내리고 혼란을 일으킨 교육 당국의 책임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애초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문제 자체에서 요구하는 답을 구하는 데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으므로 기존 정답을 유지해도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출제 오류 논란을 통해 평가원의 여러 문제점이 또다시 드러나고 있다.

우선 소송이 시작되면서 학계에서도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오류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가원이 대입 수험생들이 풀기에 타당하지 않은 문제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문제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

수능과 관련해 이미 6차례나 출제 오류가 인정됐다. 매년 난이도 논란이 불거지는 등 불신을 키워왔다. 그때마다 교육 당국은 개선책을 내놨지만 이번에 또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올해 수능은 ‘예년 출제 기조를 강조했다’는 평가원의 설명과 달리 만점자가 단 1명 나오는 등 난이도 조절에도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응시생 6515명에게 이 문항에 배점된 2점은 등급과 대학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점수다. 게다가 난해한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다른 문항들까지 영향을 미쳐 시험을 망쳤다는 수험생들의 분노와 황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답을 맞힌 학생들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재판 결과에 따라 전원 정답 처리되면 등급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수험생들의 피해만 커질 상황이다.

한 문항에 수험생들의 대학이 갈린다. 길게는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이런 중대한 수능 문제를 내면서 체계적으로 검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재판 결과를 떠나 수능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일으킨 평가원에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재판부가 출제 오류가 맞다고 판단한다면 교육 당국은 반드시 실질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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