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는 크리스탈지노믹스①] 희석된 지분에 주총 ‘골머리’

입력 2021-12-1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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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지노믹스가 오는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모으기에 한창이다. 최대주주 지분이 한 자리대로 감소하면서 안건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최근 대행업체를 통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진행 중이다. 대행업무는 제이스에스에스에서 맡았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해부터 정기주주총회와 임시주주총회를 4차례 열었지만,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대행업체를 이용한 것은 올해 뿐이다. 이전 주총과는 달리 최대주주 지분이 한 자리대로 감소하자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대행업체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소액주주들이 사측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대행업체 선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안건 일부 혹은 전부를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 소액주주 140여 명은 법원에 주주명부 열람신청을 내고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은 "현재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진행 중"이라며 "주주마다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상장 당시 조중명 대표(27.05%)와 임원들이 지분 42.42%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코스닥시장 상장과 유상증자, CB(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지분이 희석됐다. 현재 조 대표의 지분율은 7.95% 수준이며 특별관계인 지분까지 모두 모아도 9.28%에 불과하다.

이는 자금조달 탓이다. 이 회사는 13회차에 걸친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12회차에 걸친 전환사채(CB)를 통해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지난 2018년에는 구 주주 배정 방식으로 522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지분 희석과 주주 불만은 대규모 자금조달에도 명확한 사업성 개선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2019년부터는 1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 3분기 말(27억 원)보다 2배 이상 많은 69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일회성 비용까지 모두 따지는 당기순익 기준으로 보면 2019년 초부터 올해 3월 말까지 500억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현재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아직 회사에는 800억 원에 달하는 풍부한 현금성 자산이 남았기 때문이다. 다만 제약·바이오 업체 특성상 눈에 띄는 임상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주주들의 속앓이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 지분 확대 계획도 없어 주총 때마다 진통은 반복될 수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신약개발 업체로서는 주주 환원정책이 상당하다고 반박한다. 올해만 150억 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사내유보와 이익의 주주환원을 균형있게 고려해, 향후 회사의 경영실적이 정상화되면 이사회 및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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