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골프 치마는 왜 이렇게 짧은가요

입력 2021-1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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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초보 딱지를 떼지 못했다. 아직도 골프 약속을 잡은 전날 밤에는 첫 티샷(티 그라운드에서 치는 제1타)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 그런데도 시나브로 빠져드는 찰진 재미에 오늘도 백돌이(골프 초보를 뜻하는 말) 탈출을 꿈꾸며 골프채를 손에 쥐어 본다.

골프에는 조금씩 재미를 느끼고 있지만, 필드에 나갈 때마다 당혹스러운 부분이 있다. 바로 골프복이다. 골프가 격한 운동은 아니지만, 분명 운동은 운동이다. 그러나 대부분 여성 골프복은 운동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손바닥만 한 치마에 타이트한 상의들이 대부분이다.

처음 골프복을 사러 갔을 때 느꼈던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매장 직원은 친절하게 “자세가 중요한 골프라는 운동의 특성상 몸에 밀착되는 옷이 좋다. 이 때문에 옷의 디자인이 슬림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해 줬지만, 넉넉한 품의 남성 골프복을 보고 있자니 납득하기 쉽지 않았다.

2030 젊은 세대가 골프 인구로 유입되면서 골프복이 더 작아지고,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과거 55 사이즈 티셔츠의 가슴둘레는 88㎝였지만, 요즘엔 84㎝까지 줄었다고 한다. 치마 길이도 37㎝까지 짧아졌고, 이보다 더 짧은 것도 있다고 하니 아슬아슬하다.

작아지고 짧아진 의상에 대해 말한다고 해서 단순히 ‘노출’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기표현이 중요해진 요즘 ‘노출’로 자기 개성을 나타낸다는 게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을 성적 대상화하는 이들이 문제일 뿐.

다만 운동을 하기 위해 입어야 하는 옷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운동복과 남성의 운동복이 차이점을 보이는 이유가 궁금한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남성 골프복이 옷의 역할과 기능에 중심을 두고 만들어진다면 여성 골프복은 보이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성 골프복은 모양에 더 신경을 쓸 뿐 운동복의 기능이나 입는 사람의 편의성 등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쉬운 것이다.

확대 해석하는 거라고? 여성 골프복이 운동복으로서 기능보다 보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은 실제 골프복 브랜드들의 최근 디자인 경향만 봐도 알 수 있다.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올해 론칭했다는 A사의 골프웨어 브랜드는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며 스윙과 퍼팅 등의 동작을 할 때 보디 라인이 돋보일 수 있는 패턴 절개법을 개발했다고 내세웠다.

골프 자세를 잡는 데 보디 라인이 예뻐 보여야 할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브랜드는 “어드레스를 하기 위해 엉덩이를 뒤로 빼는 자세를 잡을 때 엉덩이 부분이 볼록하고 업 돼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시즌 콘셉트를 ‘예뻐야 골프다’라고 잡은 B브랜드도 있다.

운동복을 만드는 데 기능보다 디자인을 강조하다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남에게 보이는 것’을 여성복의 기본값으로 내버려 둬선 안 된다”는 한 의류업체 CEO의 말이 유독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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