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시장 안정화 기대하기 어려워"

입력 2021-12-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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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공개로 분양 가격 낮춰도
분양 후 주변시세에 맞춰 급등
시장 안정화 끌어내기엔 한계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과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으로 서울 아파트 값이 하락하고 있다. 21일 국토부 부동산 실거래정보에 따르면 3월(1~17일 기준) 가격 하락 거래 건수가 38.8%(281건 중 109건)으로 2월 24.9%(169건 중 415건)보다 증가했다. 이날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과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으로 서울 아파트 값이 하락하고 있다. 21일 국토부 부동산 실거래정보에 따르면 3월(1~17일 기준) 가격 하락 거래 건수가 38.8%(281건 중 109건)으로 2월 24.9%(169건 중 415건)보다 증가했다. 이날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집값의 안정화로 이어질까.

분양원가 공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으로, 이를 통해 분양가 거품을 제거하고 최근 몇 년간 급등한 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해 추진된다. 다만 이미 아파트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의 적용을 받아 책정되는 만큼 분양원가 공개를 통한 분양가 거품 제거가 집값 안정화를 끌어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아파트 분양원가를 투명하게, 낱낱이 공개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SH공사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분양가 거품을 제거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4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93% 뛰었다. 서울 25개 구별 3개 단지씩 총 11만5000가구 아파트 시세를 분석한 결과 2017년 5월 3.3㎡당 2061만 원이었던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5월 현재 3971만 원으로 올랐다.

서울시는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이처럼 급등한 아파트값의 안정화를 이끌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분양가를 낮춘다고 해서 급등한 아파트값이 조정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고분양가 논란은 잠재울 수 있겠지만, 분양 이후 아파트값은 이미 시장 가격 가까이 오르고 있어서 분양원가 공개로 분양가를 낮춘다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분양가를 시세보다 크게 낮춤으로써 청약 당첨이 일종의 ‘로또 당첨’으로 인식되는 현상이 더욱 짙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미 분상제나 HUG를 통해 분양가를 통제해 왔지만, 아파트값은 계속 올랐고, 낮은 분양가 때문에 분양이 마치 로또 당첨으로 여겨져 과수요가 일어났다”라며 “무주택자 지위를 유지하며 분양 아파트 당첨만 바라보는 상황이 생겼고, 전·월세 시장은 오히려 더 불안정해졌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양원가 공개로 건설사들의 수익이 줄면 공급 위축이라는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분상제 시행 후 분양가 인상 폭은 줄지 않았고, 아파트값 역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HUG는 지난해 7월 말부터 집값을 잡기 위해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했지만, 시행 후 1년 뒤 서울의 새 아파트 분양가는 17%나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분상제를 적용하면 HUG 심의만으로 분양가를 통제할 때와 비교해 인상 폭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상승 폭이 훨씬 컸다.

한편 분양원가 공개를 공개적으로 요구해 온 경실련은 이번 서울시의 분양원가 공개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경실련 측은 “분양가는 택지비, 건축비, 가산비로 구성되는데 분상제는 가산비 책정을 허용한다는 맹점이 있었다. 원가공개가 이뤄지면 가산비 허용이 제한돼 분양가 거품이 빠질 것”이라며 “기존에는 고분양가 아파트가 계속 공급돼 기존 아파트값을 떠받쳤는데 분양원가 공개는 저렴한 신규 아파트 공급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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