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내년부터 발효된다. 제조업 수출품의 관세가 낮아질 예정인데, 특히 수혜 가능성이 큰 자동차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내년 2월 1일 발효될 RCEP는 아세안 10개국(브루나이ㆍ캄보디아ㆍ인도네시아ㆍ라오스ㆍ말레이시아ㆍ미얀마ㆍ필리핀ㆍ싱가포르ㆍ태국ㆍ베트남)과 비(非) 아세안 5개국(호주ㆍ중국ㆍ일본ㆍ한국ㆍ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무역협정이다. 한국보다 비준 절차를 먼저 끝낸 중국과 일본 등 10개국에서는 내년 1월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RCEP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인구, 교역 규모의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다. 15개국의 GDP는 26조 달러(약 3경 841조 원), 인구는 22억7000만 명, 무역 규모는 5조6000억 달러(약 6642조 원)에 이른다. 이들 회원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액은 2690억 달러(약 319조 원)로, 전체 연간 수출의 절반에 달한다.
RCEP 발효로 관세가 낮아지거나 없어지는데, 특히 자동차 업계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아세안 시장은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300만대에 달하고, 자동차 보급률도 빠르게 늘고 있어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RCEP 체결로 관세철폐율이 2007년 발효된 한ㆍ아세안 FTA(79.1∼89.4%)보다 국가별로 91.9∼94.5%까지 높아진다. 품목별로 보면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은 안전벨트, 에어백, 휠 등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다. 인도네시아는 자동차 부품에 최대 40%의 관세를 매겼지만, 이를 없앴다. 일부 국가에서는 화물차나 소형차에 대한 관세도 철폐했다.
현재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완성차 공장을 건설 중인 상황이라 향후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가 사라지면 국내 부품 업체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델타마스에 건설 중인 공장은 내년 초부터 연간 15만 대의 SUV 완성차를 양산한다. 전기차 아이오닉5의 생산도 예정됐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신남방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완성차는 신남방 국가 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이 지역 자동차 시장은 지금까지 일본 기업이 독점하고 있었는데, 현대차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완성차와 전기차 기술력을 앞세우면 얼마든 시장 재편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RCEP로 한국은 사실상 처음으로 일본과 FTA를 맺게 됐지만, 자동차는 양국 간 이해관계가 맞물린 민감 품목이라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토요타나 혼다 등 일본산 수입차도 관세 양허 대상에서 빠졌다.
자동차 업계는 국내 업계의 수출 다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RCEP 발효로 15개 참여국 중 대다수 국가에서 완성차, 자동차 부품에 관세 양허가 예상돼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제 영토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신남방 지역은 그동안 우리 자동차 업체의 진출이 부진했는데, 교역 활로가 마련돼 업계의 수출 다변화가 기대된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