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법원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출제오류를 인정하고 내린 정답 취소 판결이 입시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명과학Ⅱ 과목 응시자 중 서울대, 의과대학 지원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에 따라 자연계열 최상위권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강태중 원장은 "이번 일의 책임을 절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강 원장은 1심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평가원은 생명과학Ⅱ 20번 정답결정 취소소송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제6재판부의 판결을 무겁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수험생과 학부모,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국민께 충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의 책임을 절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평가원은 이번 일이 빚어진 데 대해 통렬히 성찰하고, 새로운 평가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며 “대입전형의 일정에는 더 이상 혼선이 일지 않도록, 남아있는 2022학년도 대입전형 절차를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가원은 법원 판단에 따라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 '정답 없음' 처리하고 과목 응시생 6515명 전원 정답 처리하기로 했다. 대입 일정은 변함이 없다. 애초 16일에서 18일로 미뤘던 수시 합격자 발표일은 그대로 유지된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한 전원 정답 처리로 올해 정시·수시에 큰 소용돌이가 예상된다. 생명과학Ⅱ 응시생은 전체 응시생의 1.5%에 불과하지만 서울대나 의대 등을 지망하는 이공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과목이다. 전원 정답 처리됨에 따라 기존에 '5번'을 맞췄던 수험생들은 표준점수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이과 상위권에서 수학 고득점자가 대거 발생함에 따라 과학탐구영역의 변별력이 높아졌다”며 “표준점수가 1점가량 하락하게 된 만큼 정시에서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수험생들이 다른 과학탐구 과목 선택한 학생들에 비해 불이익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과 최상위권뿐 아니라 인문계 입시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평가연구소장은 “올해부터 문·이과 구분을 없앤 통합 수능이 치러지면서 이과 상위권 학생이 서울 주요대 인문계 학과 지원을 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과 수험생 점수 변동이 일부 정시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생명과학Ⅱ를 응시한 수험생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성적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교육당국은 이날 법원 선고에 따라 생명과학Ⅱ 과목 응시생들을 비롯한 전체 응시생 44만8138명에 대한 수능 성적 채점을 모두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교육부는 10일 응시생 44만8138명에게 성적표를 배부하면서 생명과학Ⅱ 응시생의 해당 과목 성적은 공란 처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