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지분 취득 논란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장(심판정)에 출석했다. 해당 사건의 제재 여부를 가리기 위한 전원회의 심의에서 최 회장 본인이 받고 있는 혐의를 직접 소명하기 위해서다. 대기업 총수가 전원회의에 직접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란 점에서 최 회장의 이번 출석은 공정위 심사관(검찰 격)이 제기한 위법성 판단을 불식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사건 개요를 보면 2017년 1월 SK(주)는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51%를 주당 1만8138원에 인수한 후 그해 4월 잔여 지분 49% 중 19.6%를 주당 1만2871원에 추가로 확보했다. 남은 29.4%의 지분은 최 회장이 사들였는데 해당 지분 인수로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확보했는지가 이번 심의의 핵심 쟁점이다.
공정위 심사관은 SK(주)가 당시 잔여 지분을 30%가량 싸게 살 수 있었음에도 모두 사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최 회장에게 배당 이익을 얻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총수 일가 사익 편취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대신 차지하기 위한 ‘회사 기회 유용’ 행위(사익 편취 행위 중 하나)이란 판단이다. 공정거래법은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를 통해 동일인(총수) 등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 심사관은 또 실트론의 지분 가치가 올라갈 것도 회사와 최 회장이 미리 파악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 측은 당시 최 회장의 지분 인수가 ‘상당한 이익’인지 불투명하다는 주장이다. 반도체 산업 전망이 장밋빛이었다면 LG와 채권단이 왜 실트론을 매각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웨이퍼 산업 전망을 부정 평가한 2017년 무렵의 국제협회 보고서, 글로벌 웨이퍼 업체의 주가 폭락 사례 등을 제시했다.
SK(주)가 고의로 지분 인수를 포기했는지도 쟁점 사안이다. 이 역시 SK 측은 반박하고 있다. 이미 지분 투자 관련 주총 특별 결의 요건인 3분의 2 이상(70%)을 확보했기 때문에 SK(주)가 실트론 지분을 살 이유가 없었다는 입장이다.특히 최 회장의 지분 인수 과정도 채권단이 주관한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외국 업체와의 경쟁 끝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공정위 심사관과 SK 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전원회의 심의가 추가로 열릴 가능성도 있다. SK 측의 요청으로 심의 일부가 비공개로 진행됐다. 합의 결과는 일주일 뒤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