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지금, 어느덧 우리는 그 소망의 언덕 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가쁜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우리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저 멀리 첩첩이 이어진 봉우리와 골짜기들. 어쩌면 오래도록 이렇게 코로나와 살아야 할 것 같다는 낙담에 우리의 애절한 소망이 쓸려버리고, 지금 언덕 위에는 체념과 무기력이 휑하니 나뒹굴고 있는 것 같다. TV 드라마 재방송에서 보이는 마스크 없는 예전의 일상은 이미 아련한 추억이 되어 버린 듯하다.
나는 자살위기의 내담자를 만나면서 소망과 희망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사람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절실하였다. 살아야 하는 이유는 곧 ‘희망’이다. 그것이 없는 그들은 매 순간순간이 고통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 희망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각자의 소소한 일상에 아롱져 맺혀 있는 것이었다. 희망이 한 방울 한 방울 삶 속에 맺히면서 그들은 조금씩 생기를 찾아갔다.
한편, ‘소망’은 마음으로 간절히 염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당장에 큰 고통은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는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서로의 소망을 나눈다. 올해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소망이 행여 당장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너무 낙담하지 말자.
지금 우리는 소망의 언덕을 지나서 고난의 계곡으로 다시 들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순간순간을 버티게 할 수 있는 희망까지 놓아서는 안 된다. 아무리 험하고 깊은 계곡이라 해도 어김없이 햇살이 닿는다. 그 햇살 아래서 우리는 오늘도 걸어가고 있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