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부유’ 내세운 시진핑의 고뇌…헝다 사태 속 최대 정적 ‘보시라이 모델’ 부활

입력 2021-12-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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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임대 형식의 보장성 주택·부동산세 등 보시라이 구상 가져와
라이벌 간판 정책마저 내세울 정도로 절박한 상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 헝다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시장의 혼란과 그로 인한 경기둔화 위기 속에 시 주석의 최대 정적이었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의 경제 모델이 부활했다.

공동부유’를 내세운 시진핑은 자신의 숙적이었던 보시라이의 간판 정책을 다시 가져올 정도로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고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풀이했다.

닛케이는 지난 10일 내년 경제 운용 방향을 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 폐막 후 발표된 성명에 명기됐던 ‘보장성 주택’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성명은 “서민 주택문제 해소를 위해 보장성 주택의 공급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저소득자용으로 장기 임대하는 ‘보장성 주택’의 공공개발 프로젝트 추진이 민간기업이 개발·판매하는 아파트(상품방)보다 우선도가 높은 사업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이는 엄청난 함의를 품고 있다. 시진핑이 추진하는 보장성 주택 개념은 현재 무기 징역으로 복역 중인 보시라이가 충칭시 서기 시절인 2010년 전후 내세운 ‘홍색(공산당)’의 공공사업 두 개 중 하나라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이들 사업은 마오쩌둥식의 원리주의 사회주의 정책을 의식한 ‘홍가(혁명가요) 부르기’ 운동과 함께 진행된 위험한 경위가 있다.

2010년 공식 보도에 따르면 보시라이는 충칭 구시가지에 사는 인구의 30%에 해당하는 중저소득층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4000만 ㎡에 달하는 공공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집을 살 여력이 없는 월수입 1000위안(약 18만 원)의 저소득층 3인 가족도 매월 100위안 정도의 임대료와 전기·수도요금을 내면 방 2개의 쾌적한 주택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보시라이의 구상이었다.

리커창 총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평균 월수입 1000위안 전후의 중저소득층은 6억 명에 이른다. 10년 전 충칭 상황은 지금 중국에도 어느 정도 통한다.

또 시진핑의 주도로 시험 도입을 준비 중인 부동산세도 원래는 보시라이가 충칭에서 2011년 선행 도입한 제도다. 중국은 전국적으로 우리나라 보유세에 해당하는 부동산세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데 충칭에서는 고급 단독주택과 아파트 등 자산에 부동산세를 부과하고 그 재원을 보장성 주택 건설 등에 투입했다.

▲보시라이(가운데) 전 중국 충칭시 서기가 2013년 8월 26일 산둥성 지난의 지난중급인민법원에서 재판받고 있다. 지난/신화뉴시스
▲보시라이(가운데) 전 중국 충칭시 서기가 2013년 8월 26일 산둥성 지난의 지난중급인민법원에서 재판받고 있다. 지난/신화뉴시스

시진핑이 공동부유를 위해 자신을 위협했던 가장 위험한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와 똑같은 정책을 10년 만에 다시 내세우게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닛케이는 “3번째 역사결의에서 시진핑은 자신의 신시대를 열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며 “마오쩌둥을 모델로 한 보시라이의 보장성 주택이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덩샤오핑과 장쩌민, 후진타오 등 3대에 걸친 시장화 노선 속에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그만큼 내 집 마련이 힘들게 된 서민의 불만이 고조되자 시진핑이 라이벌의 정책마저 따를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다.

주택정책의 변화에 따라 민간 부동산개발업체들도 노선 전환을 강요받는다. 민간 아파트 분양 사업은 향후 크게 축소돼 업체들이 본업 이외 다른 사업 진출이나 보장성 주택 사업 참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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