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야 돼 말아야 돼?” 줏대 없는 부동산 정책에 시장 혼란만 가중

입력 2021-1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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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일변도 정책 내놓던 정부
대선 앞두고 공시가 동결 추진
"여론 의식한 '땜질 처방' 안돼
예측 가능한 조세정책 펼쳐야"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여론에 따라 흔들리면서 시장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양도세 중과 유예를 놓고 갈피를 못 잡고 있고, 공시가격 현실화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추진 예정이던 부동산 정책이 여론을 의식해 일부 변경되거나 시행을 미루는 모습인데 이처럼 줏대 없는 부동산 정책이 집을 팔지, 살지, 보유할지에 대한 국민의 결정을 헷갈리게 해 시장 혼란만 가중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을 내년에도 적용해 재산세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를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부세 등 주택 관련 세금의 기초가 된다. 올해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공시가격 현실화가 겹치면서 내년 재산세, 종부세 인상 폭이 커지고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 노령연금 등 복지 수급 탈락 등 국민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당정이 공시가격 조정을 통해 세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규제 위주 정책을 내놓던 정부가 돌연 태도를 180도 바꾸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대책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특히 연속성을 가져야 할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 방향을 자꾸 바꾸게 되면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조세 제도는 조세의 정의와 형평성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세우는 계획인 만큼 국민이 예측할 수 있도록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며 "지금처럼 여론에 따라 땜질식 처방을 하게 되면 조세 정책의 불신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시적 세금 인하를 통해 시장을 왜곡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측면에서 예측 가능한 조세 정책이 필요하다”며 “공시가격 현실화는 그대로 두되 공정시장가액 비율 등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조세 부담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공시가격을 내년도에 적용하는 등의 방안은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 부담을 완화하려는 조치지만, 내년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면 공시가격 적용 시점을 또 유예해야 하는지, 관련 내용을 1주택자에만 적용할지 다주택자에게도 적용할지 등 여러 문제도 걸림돌로 거론된다. 아울러 현행법상 공시가격은 해당 연도분을 적용하게 돼 있는 만큼 이를 바꾸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 그런 만큼 여론에 따라 계속 바뀌는 부동산 정책이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게 해 혼란만 불러온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당장의 임시 조치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임시조치를 했다면 장기 방향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라며 “계속 집값이 오르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내용을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도 “정책에 대한 합의가 중요한 이유는 정책을 통해 시장에 신뢰를 주고,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일관성 있는 정책이 있어야 무주택자든 다주택자든 집을 팔지, 보유할지, 살지, 증여할지 결정할 수 있는데 지금은 헷갈리는 시장”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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