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본격적인 정상화 작업은 내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아직 회생 계획안이 마련되지 않는 등 인수까지 고비가 남아있어서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2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산업은행 등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빌린 1600억여 원의 대출금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쌍용차가 기업 회생과 함께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도 승인하며 두 차례에 걸쳐 회생 개시 결정을 미뤄왔지만, 쌍용차의 유력 투자자로 거론된 미국 자동차 유통사 HAAH오토모티브는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하지 않았다. 법원은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4월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예비실사에는 SM그룹 등 7곳이 참여하며 흥행을 보였는데, 본입찰에는 △에디슨모터스 △이엘비앤티(EL B&T 컨소시엄) △인디(INDI) EV 등 3곳만 참여했다. 이 가운데 경영 정상화 능력을 인정받은 에디슨모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CGI(강성부 펀드), 키스톤PE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에디슨모터스는 성공적인 인수를 자신했지만, 본계약 체결과 정상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2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일단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의 인수대금을 낮추는 데 합의하며 한고비는 넘겼다. 정밀실사를 마친 에디슨모터스는 애초에 3100억 원으로 제시한 인수대금을 155억 원(입찰가의 5%) 깎아달라고 매각 주간사인 EY한영에 요구했다. 실사 과정에서 잠재적 부실 가능성이 발견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EY한영은 최대 50억 원만 조정할 수 있다고 맞섰고, 에디슨모터스가 이를 수용하며 최종 인수가격은 3048억 원으로 낮아졌다.
에디슨모터스는 이르면 이달 내로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다만, 본계약이 체결된다 해도 회생 계획안 인가 절차는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회생 계획안 제출 시한은 원래 올해 7월 1일이었지만, 4번이나 연기되며 내년 3월로 재차 미뤄졌다. 회생 계획안은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단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법원의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에디슨모터스가 자금 마련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또 다른 변수다. 애초에 에디슨모터스는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쎄미시스코(에디슨EV), 키스톤PE, KCGI와 3100억 원을 1차 유상증자로 마련하고, 2차 유증으로 4900억~5300억 원을 추가 마련하기로 계획했다. 또한, 산업은행이나 시중은행, 외국계 은행에서 7000억~8000억 원을 조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사업성 판단이 어려우면 회생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3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대출 없이 쌍용차 인수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게 가능하다는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의 인터뷰를 봤고, 그게 가능하다면 산은의 지원 없이 (자금을 마련)하는 게 국가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사업계획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고 사업계획이 타당하지 않으면 지원하기 힘들다”라고 선을 그었다.
에디슨모터스 측은 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고 쌍용차 인수 의지를 명확히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다양한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인수는 잘 진행될 것”이라며 “쌍용차 인수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법적인 절차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내용이 많아 시간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에디슨모터스의 매수 의지는 확고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