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는 미술 tip] '아, 어머니'...유칼립투스가 남긴 향기

입력 2021-1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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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서 1월 30일까지 루이스 부르주아 전시

▲'유칼립투스의 향기(The Smell of Eucalyptus)' 설치 전경. (사진제공=국제갤러리)
▲'유칼립투스의 향기(The Smell of Eucalyptus)' 설치 전경. (사진제공=국제갤러리)
1920년 후반, 젊은 시절의 루이스 부르주아는 프랑스 남부에 거주하며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며 유칼립투스를 약용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유칼립투스는 작가에게 있어 어머니와의 관계를 상징하게 됐다. 특히 작가의 노년기에 두드러지게 표면화된 모성 중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국제갤러리가 2021년 마지막 전시로 프랑스 태생의 미국 작가이자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스 부르주아를 내세웠다. 그의 개인전 제목은 '유칼립투스의 향기(The Smell of Eucalyptus)'다. 이번 전시에 포함되는 특정 작품의 개별 제목이자, 부르주아의 후기 작품에서 특히 주요하게 조명되는 기억, 자연의 순환 및 오감을 강조하는 문구다.

조각과 평면 작품을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2012년에 이어 10여 년 만에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부르주아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다. 지난 2010년 99세를 일기로 타계한 부르주아는 전 생애 동안 예술적 실험과 도전을 거듭해왔다. 작가는 다양한 재료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기존 미술의 형태적, 개념적 한계는 물론 초현실주의와 모더니즘 등의 주류 미술사조를 초월하는 사적이고도 독창적인 언어를 끊임없이 연구, 구축했다. 

유칼립투스가 주제인 이유를 다시 주목해본다. 유칼립투스는 작가의 추억 기제를 촉발하고 과거를 현재로 소환해낼 수 있는 우리의 감각이 지닌 힘에 대한 믿음의 방증이기도 하다. 작가는 생전 스튜디오를 정화 및 환기시키기 위해 유칼립투스를 태우곤 했다. 무엇보다 작가의 삶 곳곳에서 실질적, 상징적으로 쓰인 유칼립투스는 부르주아에게 미술의 치유적 기능에 대한 은유다. 

▲'유칼립투스의 향기(The Smell of Eucalyptus)' 설치 전경. (사진제공=국제갤러리)
▲'유칼립투스의 향기(The Smell of Eucalyptus)' 설치 전경. (사진제공=국제갤러리)

전시의 주축을 구성하는 작품은 '내면으로 #4' 연작이다. 작가가 생애 마지막 10여 년 간 작업한 일련의 종이 작품군이다. 39점의 대형 소프트그라운드 에칭 작품으로 구성됐다.

윤혜정 국제갤러리 이사는 해당 연작에 대해 "작가가 해당 시기에 몰두했던 도상인 낙엽 및 식물을 연상시키는 상승 곡선과 씨앗이나 꼬투리 형상의 기이한 성장 모습, 다수의 눈을 달고 있는 인물 형상, 힘차게 똬리 틀고 있는 신체 장기 등 작가의 조각 작품을 참조하는 추상 및 반추상 모티프들을 성실하게 언급한다"고 설명했다.

'내면으로 #4' 연작은 작가의 후반 형식 및 주제 실험의 출발점이 됐다. 이후 제작한 '잎사귀 #4' '너울' '통로들 #3' '높이, 그리고 더 높이' 등 동일한 원판을 기반으로 손수 칠해 만든 대형 판화 작품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간 도상학적 어휘록을 설정했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업세계는 조각부터 드로잉, 설치, 바느질 작업까지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업을 통해 시대적 특성이나 흐름으로 규정지을 수도, 한마디로 정의하기도 불가한 고유성을 드러낸다.

윤 이사는 "이번 전시 역시 부르주아의 후기 평면 작품들을 작가의 경력 전반으로부터 선별한 조각 작품들과 함께 제시한다"며 "이로써 같은 형식적, 주제적 고민을 다루는 다른 시대, 다른 매체의 작품군 간의 흥미로운 대화를 촉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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