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설강화’ 논란, 여론 수용했더라면 달라졌을까

입력 2021-12-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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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JTBC
▲사진제공=JTBC

1987년을 서울을 배경으로 한 JTBC 새 토일드라마 ‘설강화’를 둘러싼 보이콧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8일 첫 방송 이후 민주화 운동을 폄훼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드라마 방영 중지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대중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는 ‘설강화’ 첫 회가 방송된 뒤 비판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대생 영로(지수)와 여대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수호(정해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1~2회에서 베를린대 대학원생인 줄 알았던 수호가 사실은 북한에서 파견된 간첩이고, 이를 모르는 영로와 여대생들이 그를 운동권 학생으로 오인해 여대 기숙사에 숨겨준다는 이야기가 전개됐다.

온라인 상에서는 극 중 남파 간첩인 수호(정해인)가 운동권 학생으로 오해 받는 부분이 민주화 운동을 폄훼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호가 민주화운동과 직접 연관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간첩인 수호가 민주화 투쟁의 주축이었던 대학생의 보호를 받게 된다는 설정이 문제라는 것이다.

첫 방송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드라마 설강화 방영중지 청원’은 30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간첩인 남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줬다”며 “민주화운동 당시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분명히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사진제공=JTBC
▲사진제공=JTBC

앞서 JTBC 측은 방송 전 ‘설강화’는 민주주의 운동에 관한 드라마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16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조현탁 감독은 “1987년을 시대 배경으로 하지만 당시 군부정권과 대선 정국이라는 상황 외의 모든 인물과 설정은 가상”이라며 “수호와 영로라는 청춘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위해 시대 배경과 설정들이 맞춰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설강화’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디즈니+를 통해 전 세계로 방영되고 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디즈니에 항의 메일 보내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드라마 공개를 중단 요구에 동참해달라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시청자들의 이런 움직임에 일부 기업은 드라마 협찬을 철회하고 있으며, ‘제2의 조선구마사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떡 브랜드 싸리재마을, 차 브랜드 티젠 등은 드라마 협찬 사실을 사과하고 중단 사실을 전했다. 시민단체인 세계시민선언은 오는 22일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제공=JTBC
▲사진제공=JTBC

사실 ‘설강화’ 역사왜곡 논란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설강화’ 첫 방송 9개월 전인 지난 3월, 유출된 시놉시스 내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제작진은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고,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설강화’는 시청자들이 우려했던 역사왜곡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 모든 상황 예견됐던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설강화’ 측은 이날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JTBC는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대부분 오해가 해소될 것”이라며 “부당한 권력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억압받는 비정상적인 시대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차별 방송에 앞서 많은 줄거리를 밝힐 수 없는 것에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비공개로 운영하던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과 포털사이트 실시간 대화창을 열어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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