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감자 후 대규모 증자…희석된 지분가치 소액주주 ‘어쩌나’

입력 2021-12-23 14:44 수정 2021-12-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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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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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이 호반산업 인수 7개월 만에 무상감자와 대규모 증자 결정을 연달아 실시한다. 지분 희석과 오버행(공급과잉) 이슈 우려가 나온다. 특히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호반산업이 빌려준 돈을 되갚는데 우선적으로 쓴다고 밝혔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지난 20일 80% 무상감자를 결정한 데 이어 전날 기존 총 주식 수에 절반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연달아 결정했다. 감자는 액면가를 기존 500원에서 100원으로 감액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자본금은 4282억 원에서 856억 원으로 줄어든다. 줄어든 자본금은 자본잉여금으로 전환된다.

이번 감자는 자본잠식 해소가 목적이다. 대한전선의 자본총계는 3분기 말 기준 3650억 원, 자본금은 4282억 원으로 자본잠식률은 14.8% 수준이다. 자본잉여금은 결손금과 상계를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감자에 이어 3억8800만 주 규모 구주주 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는 총 주식 수 대비 45.30% 수준이다. 모집가액은 할인율 20%를 적용해 산출한다. 현재 주가 기준 모집총액은 5005억 원이다.

모집한 자금은 대한전선이 호반산업에 빌린 2000억 원을 가장 먼저 상환한다.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 차입금 4700억 원 중 2200억 원을 자기 자금(200억 원)과 호반산업에서 빌린 돈으로 갚고, 공모를 통해 모은 돈으로 호반산업에 이를 변제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전선은 호반건설에 2000억 원을 연이자율 3.5%로 빌렸다. 나머지 2000억 원은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과 해외 전산 사업 확대를 위한 현지 공장 건설 등에 쓴다.

주가는 급락했다. 대한전선은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지난달 10일(전일 종가 2240원)부터 이날(장중 1680원)까지 25% 가까이 내렸다. 특히 해당 소식이 전해진 다음 달인 지난달 11일 12.61% 하락했다.

눈길이 가는 점은 임시주총에서 감자와 함께 정관에서 발행 가능 주식 수를 기존 15억 주에서 20억 주로 늘렸다는 점이다. 현재 이 회사 총 주식 수는 8억5647만 주다. 유상증자 신주 3억8800만 주를 고려해도 7억 주 이상 여유가 있다. 추가자금 조달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대한전선이 이달 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총 4700억 원이고,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161억 원에 호반산업으로부터 2000억 원을 차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0억 원가량을 추가 조달하거나 만기 연장ㆍ혹은 다른 대출을 받아서 메꿔야 한다.

호반산업은 지난 5월 니케로부터 대한전선 지분 40%를 2518억 원에 인수했다. 주당 매입가격은 735원이다. 당시 시장 가 대비 40%가량 낮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인수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것과 달리 할인을 받아 지분을 인수했으면서도 책임을 소액주주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호반산업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는 절차상의 문제로 이야기할 수 없다”며 “추가 조달 계획은 없으며 잔여 만기도래 채권은 대환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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