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규제ㆍ수수료 인하 카드사 ‘수익 악화’ 우려에…‘당근’ 내민 금융위

입력 2021-12-23 16:59 수정 2021-12-2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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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 수수료 0.8%→0.5% 인하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신태현(holjjak@)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신태현(holjjak@)

카드 수수료 재인하 결정에 카드업권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위원회가 회유책을 내놨다.

카드사가 문제를 제기한 현행 수수료 산정 제도의 적정성과 빅테크·핀테크와의 규제 차익 문제를 다시 살펴보는 것은 물론 카드사를 ‘종합플랫폼 사업자’로 육성하기 위한 규제 개선도 약속했다.

다만, 금융위가 내놓은 이 방안은 다소 시간이 필요한 긴 호흡의 지원이어서 당장 카드업계가 맞닥뜨린 본업(신용판매)의 적자 심화라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위가 23일 당정협의를 통해 카드 수수료 재인하를 결정하자 카드업권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수수료 수입이 반영되는 신용판매 부문의 심화하는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선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을 확대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강화된 가계부채 관리 탓에 마냥 늘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이미 수익성 악화에 따라 인력 감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이번 수수료 재인하라는 악재로 최악의 경영환경을 맞닥뜨렸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카드 소비자의 혜택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빅테크·핀테크의 결제 시장 진출로 이미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카드론 규제에 수수료 인하까지 경영환경이 최악인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카드사들 사이에서는 동일한 결제 기능을 가진 핀테크의 간편결제 수수료는 규율하지 않아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반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만 재차 이뤄지자 업계는 현행 ‘적격비용 기반 수수료 산정 제도’는 물론 빅테크·핀테크와의 규제 차익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카드업권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금융위는 현행 적격비용 기반 수수료 산정 제도 개선과 함께 빅테크·핀테크 등 간편결제 수수료 구조와 수수료율 현황 점검의 결과를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브리핑에서 “동일 규제는 다 아시다시피 동일 기능을 전제로 하지만 신용카드 수수료와 관련해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에 제공하는 서비스와 간편결제와 관련해 간편결제업자들이 가맹점에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는 1 대 1로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금융감독원을 통해 간편결제 수수료에 추가로 돼 있는 구성요소라든지 그 수준의 적정성에 대해서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신용카드 수수료 제도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도 운영할 예정이기 때문에 두 과정을 통해 규제 차익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내년 1분기 중 소비자, 가맹점, 카드업계 중심의 제도개선 TF를 출범하고 카드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 간 상생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들은 적격비용 기반 수수료 제도가 신용판매 부문의 업무원가와 손익을 적절히 반영하는지 재점검해 신용판매 부문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과도한 소비자 혜택이 축소되는 것을 방지할 방침이다.

또한, 금융위는 카드사가 결제·금융상품 추천·자금관리·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 가능한 종합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선물 보따리’도 풀 예정이다.

이번 수수료 인하에 대해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방역 강화로 불만이 커진 소상공인들을 달래기 위해 이 부담을 카드업계로 전가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국장은 “신용카드 수수료는 적격비용 원칙에 따라서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산출되게 돼 있다”며 “이번 신용카드 수수료도 그런 점에서 적격비용이라는 원칙에서 계산이 됐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민주당 정무위원회와 금융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카드 수수료 인하 관련 당정 협의를 열고 연매출 3억 원 이하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0.8%에서 0.5%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연 매출 3∼5억 원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1.3%에서 1.1%로 내려가며 5∼10억 원의 경우 1.4%에서 1.25%로, 10∼30억은 1.6%에서 1.5%로 각각 조정한다. 매출 30억원을 초과하는 가맹점에는 현행 1.9% 이상의 수수료가 계속 부과된다.

이번 수수료 인하가 적용되는 카드 가맹점은 전체의 96%이며 경감 효과는 4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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