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말 들어 시가총액 1조원을 넘겨 ‘1조 클럽’에 진입한 상장사가 288곳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창궐 후 증시 주도주로 떠오른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기업이 대거 늘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1조 원이 넘는 상장사는 이날 종가 기준 총 288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33개 대비 23.6%(55개) 늘어난 수준이다. 1조 클럽 상장사들의 전체 시총은 2202조3561억 원으로 지난해 말(2002조3075억) 대비 9.99% 증가했다.미국에서 ‘빌리언 달러 클럽’으로 불리는 시총 1조 클럽은 보통 초우량 기업을 가리키는 기준으로 통용된다.
연말 기준으로 올해 288개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7년(217개)에 이어 두번째로 200개를 넘어섰다. 1조 클럽 상장사는 2014년 177개, 2015년 190개, 2016년 182개, 2017년 217개, 2018년 193개, 2019년 194개, 2020년 233개로 지난해부터 증가세다.
1조 클럽에 새로 진입한 상장사들의 면면을 보면 코로나19 발발 이후 미래 성장 업종으로 떠오른 BBIG 기업이 주를 이뤘다.
자동차 산업용 배터리 업체 세방전지가 시가총액이 지난해 9646억 원에서 올해 1조430억 원으로 늘었다. 세방전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자동차 산업용 배터리 업체로 2차전지 관련주로 분류된다. 지난달 상장한 2차전지 전해액 제조업체 엔켐도 시총 1조3418억원으로 새로 진입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수혜를 입은 바이오 기업들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았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응 백신 개발에 나선 의약품 제조업체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시총 6553억 원에서 올해 1조2714억 원으로 약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의약품 제조업체 진원생명과학도 지난해 9684억 원으로 턱밑 까지 올랐다가 올해 1조2824억 원으로 상승했다. 탄소섬유 분야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6675억에서 올해 2조8402억 원으로 4배 가까이 오르며 대열에 들어섰다.
게임 업체들의 위세도 컸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시총 6468억 원에서 올해 5조7314억 원으로 급등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의 흥행몰이에 힘입어 지난해 시총 1619억 원에서 올해 1조319억 원으로 몸집을 대폭 키웠다. 게임 제작의 명가로 지난 8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크래프톤은 시총이 무려 22조597억 원을 기록하며 코스피 시총 순위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관련 상장사들의 증가세도 눈에 띄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제조업체 유진테크는 시총이 지난해 7642억 원에서 올해 1조1389억 원으로 뛰었다.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 심텍은 지난해 시총 7278억에서 올해 1조4032억으로 두배 가량 늘었다. 비메모리 반도체 장비 전문 업체 한미반도체도 시스템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시총이 지난해 9321억 원에서 올해 1조8102억 원으로 올랐다.
내년에도 기업공개(IPO)로 ‘1조 클럽’에 직행하는 는 BBIG 대어들이 쏟아질 전망이다. 예상 시총이 약 100조 원에 달하는 전기차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을 시작으로 시총 10조 원이 예상되는 차량용 수소연료전지 시장 진출을 선언한 현대오일뱅크, 온라인 유통 및 소매 업체 SSG닷컴 등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시총 5조 원이 전망되는 온라인 유통업체 마켓컬리, 온라인 사업 및 디지털 콘텐츠 제공업체 원스토어 등도 거론된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일반투자자들에 대한 신규 상장주 배정한도가 25% 이상 상향조정되고 균등 배정방식도 도입되면서 대규모 IPO에 과거보다 훨씬 큰 규모의 청약 자금이 쏟아졌다”며 “내년에도 올해에 버금가는 신규 상장 풍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