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계산 '척척'…어르신들 "키오스크 앞에서 눈치 안봐요"

입력 2021-12-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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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디지털 배움터 141곳 운영…효과 톡톡

▲27일 서울 도봉구 창동아우르네에서 박명숙 씨가 실습용 주문서를 보며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있다.  (박은평 기자 pepe@)
▲27일 서울 도봉구 창동아우르네에서 박명숙 씨가 실습용 주문서를 보며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있다. (박은평 기자 pepe@)

키오스크 앞에서 눈치 안보고 당황하지 않게 됐죠.

27일 도봉구 창동아우르네에서 만난 박명숙(63) 씨는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우기 전에는 틀릴까 걱정돼 사용을 못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씨는 실습용 주문서를 보면서 망설임 없이 키오스크로 주문과 계산을 마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활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스마트폰,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가 일상인 시대를 살고 있지만 디지털 교육이 부족한 고령층 등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디지털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해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인 디지털 배움터 141곳을 운영했다. 이곳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전화번호 등록하기, 사진·동영상 촬영과 인터넷 활용법, 키오스크 기능 익히기 등을 배울 수 있다.

박 씨는 "어르신이라고 젊은 사람한테 항상 물어볼 수 없다"며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을 마음껏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디지털 교육 사업을 맡고 있는 이다인 에이럭스 이사는 "백신 접종완료를 증명하는 질병관리청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앱, 키오스크 사용 등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자 하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반복 교육과 실습을 통해 능숙해질 때까지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올해는 대부분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됐다. 이 이사는 "일방적인 동영상 강의가 아닌 실시간 접속해 채팅 등을 통해 질의응답이 이뤄져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자부했다.

지난 9월부터 온라인 수업을 수강한 박종만(71) 씨는 "온라인 수업을 위해 처음에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에 접속하는 것이 어려웠다"면서도 "한번 들어가서 온라인 세계를 경험하면 스마트폰, 메타버스 등 디지털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며 "주변 친구들에게도 이 수업을 적극 추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어르신들이 디지털 문화에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일상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영상편집, 코딩 등 심화 과정도 있다"며 "어르신들의 배움에 대한 의지와 열의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 강사가 디지털에 취약한 어르신을 지도하는 '노노(老老) 케어 방식의 교육 강사단 '어디나(어르신 디지털 나들이) 지원단'을 운영했다. 디지털 역량을 갖춘 만 55세 이상 지원단 100명이 스마트폰과 키오스트 등 맞춤 눈높이 교육을 시행했다.

어디나지원단 강사로 활동한 박윤엽(68) 씨는 "교육생분들이 교육이 끝나도 메신저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지인들에게 교육을 추천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비슷한 연령대가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재밌다. 내년도에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디나지원단에서 스마트폰 교육을 받았다는 정인희(가명.68)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QR코드를 찍어야 하는데 교육받기 전에는 몰랐다"며 "손주들에게 메신저로 선물보내기 기능을 배운 게 제일 좋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디지털재단은 어른신들이 앱이나 영상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개발한 가이드라인을 시립용산노인복지관 모바일 홈페이지에 시범 적용했다. 중요한 글자는 크기를 키워 가독성을 높였고 검색 기능은 중심부에 노출했다. 메인 화면 하단에는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 메뉴인 식단, 공지사항, 일정, 동영상 바로가기 기능을 넣었다.

박종수 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은 “앞으로도 서울시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소외계층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디지털 교육을 통해 모든 시민이 미래 디지털 사회를 함께 누릴 수 있는 포용적 스마트도시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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