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안건 상정…"일정 슬롯 반납해야"

입력 2021-12-2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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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심사보고서 상정…전원회의 심의, 내년 시작

▲대한항공 에어버스 330.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에어버스 330. (사진제공=대한항공)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에 대한 심사보고서 안건을 29일 상정했다. 합병에는 일정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 운수권 재배분 등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달았다.

공정위는 이날 이같은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후 내년 초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심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계약을 맺고, 올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약 1년 만이다.

공정위는 두 기업 계열사를 포함한 5개사(대한항공·아시아나·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가 운항하는 약 250개 노선을 분석하고 총 119개(항공여객 87개, 항공화물 26개, 기타시장 6개) 시장을 획정해 각각의 경쟁 제한성을 판단했다.

그 결과 두 회사가 결합할 때 항공여객 시장 중 '인천-LA', '인천-뉴욕', '인천-장자제', '부산-나고야' 등 점유율이 100%에 달하는 독점 노선 10개를 포함한 일부 노선에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거래법상 경쟁 제한성 추정 요건은 1개 사업자의 점유율 50% 이상 또는 3개 사업자의 점유율 75% 이상이다. 다만 공정위는 어떤 슬롯에서 경쟁 제한성이 발생했는지 밝히지는 않았다. 화물은 여객에 비해 신규진입이나 증편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서비스가 동질적이어서 경쟁제한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봤다.

이에 공정위는 두 기업의 결합을 승인하되, 시장 경쟁이 제한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정조치 조건을 걸기로 했다.

시정 조치로는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를 원칙으로 하고, 구조적 조치가 이행될 때까지 행태적 조치를 내리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운수권은 국가 간 항공 협정을 통해 각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에 배분하는 운항 권리다.

우선 구조적 조치로는 대한항공이 보유한 우리나라 공항의 슬롯 중 경쟁제한성이 추정되지 않도록 하거나 점유율 증분을 해소하는 수준의 슬롯을 반납해야 한다. 잔여 운수권이 없는 항공비자유화 노선에 대해 신규진입자가 운수권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는 두 기업의 운수권을 반납해 재배분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인천~런던 등 다수 유럽노선, 중국노선, 동남아 일부 노선, 일본 일부 노선 등이 이에 속한다.

만약 두 회사가 운수권을 반납할 경우, 운수권은 관련 법령상 국내 항공사에만 재배분이 가능하며, 외국 공항 슬롯에 대해선 혼잡공항 여부·신규 진입사의 슬롯 보유 현황 등을 고려, 국토부와 협의해 이전 여부를 결정한다.

공정위는 운임인상 제한, 공급축소 금지, 서비스 축소 금지 등의 행태적 조치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구조적 조치가 효과적이지 않거나 불필요한 일부 노선은 예외적으로 행태적 조치만 부과된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대한 기업 측의 의견서를 받은 후 내년 1월 말께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합병 심사의 향방은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상황 및 협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결론을 확정한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기업결합인 이번 건이 성사되려면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 조치가 필수여서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7개의 경쟁당국이 심사 중이고, 태국, 필리핀 등 7개국은 이미 심사를 완료한 상태다. 외국의 심사가 끝내야만 실제 기업결합을 완료하고 주식을 취득할 수 있어 외국의 심사상황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가 먼저 심사를 완료하더라도 외국의 심사가 종료되기 전까진 주식 취득이 불가하다.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해외 경쟁당국의 경우 회사들이 어떤 포지션을 갖고 노력하느냐가 결합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전원회의에서 심의하는 과정에서 해외 경쟁당국과 조치가 상충하는 문제도 해소할 필요가 있으므로 해외 당국과 지속해서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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