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A씨가 애용하는 구독경제 서비스 일부가 갑작스레 요금 인상을 발표해서다.
A씨는 넷플릭스(월 1만7000원), 멜론(월 1만900원), 유튜브 프리미엄(월 1만450원, 아이폰의 경우 1만4000원), 파리바게트 커피 구독권(1만9800원), 쿠팡 와우 멤버십(2900원) 등 여러 구독경제를 소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넷플릭스가 요금을 2500원 인상하며 매달 구독료로 쓰는 돈만 6만 원을 넘어섰다.최근에는 쿠팡이 와우 멤버십 요금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하는 등 다른 구독 서비스까지 잇따라 가격이 오르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구독경제 서비스 제공자들은 왜 가격을 기습적으로 인상할까?
A씨의 고민처럼 구독 서비스 요금은 갑작스레 인상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18일 넷플릭스는 한국 서비스의 스탠더드 요금제를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프리미엄은 월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인상했다. 한국 시장 진출 이후 5년 만의 가격 인상이지만 ‘기습 인상’이라는 표현이 관련 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29일 쿠팡 역시 ‘와우 멤버십’ 요금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크게 인상했다. 단 기존 회원은 계속 2900원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쿠팡의 갑작스러운 요금 인상 소식에 ‘여전히 저렴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70% 이상 오른 가격에 ‘기존 회원도 곧 요금이 오를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쿠팡 관계자가 “기존 회원에 대한 요금 인상은 추후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구독경제 서비스 제공자들이 이처럼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건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 때문이다. 자물쇠 효과란 고객이 한번 사용한 제품(서비스)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면 다른 서비스로 옮기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의 ‘관성’을 뿌리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한다.
결국 갑작스레 가격을 인상하는 구독경제 서비스 업체의 판단은 이러한 효과를 노린 ‘치밀한 전략’에 가깝다. 서비스 개시 이후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뒤 일정 규모의 고객이 확보되면 가격을 인상해서 이윤을 늘리는 것이다.
구독경제의 부정적인 부분을 설명하는 또 다른 말로는 ‘다크 넛지(Dark Nudge)’라는 표현이 있다.
기본적으로 ‘넛지(Nudge)’는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의 단어로, 경제학에서는 소비자를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특정 선택을 유도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여기에 ‘다크’가 붙어 부정적인 의미가 더해지면 기업이 은근슬쩍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상술을 의미하게 된다.
이를 구독경제에 대입하면 서비스를 일정 기간 무료로 이용하게 한 뒤 별도 고지 없이 유료로 전환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대부분의 구독경제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무료이용 기간이 1~3개월 등 장기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가 유료전환 시점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결제가 이뤄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 결제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 교수는 “일부 똑똑한 소비자는 약관을 읽고, 무료이용 종료 시점을 기록하는 등 대응할 수 있겠지만 모든 소비자에게 이를 요구할 수는 없다”라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지침’ 등 제도적 차원에서 다크 넛지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