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반기에 재정을 쏟아붓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부터의 ‘완전한 회복’이 목표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 경제정책 방향’에 따라 올해 총지출의 63%를 상반기에 집행한다. 210개 중점 추진과제 중 109개를 1분기에 집행하며, 2분기에도 48개 과제를 집행한다.
1분기 추진되는 중점 추진과제는 국민취업지원제도(한국형 실업부조) 조기취업 성공수당 신설, 근로장려금 소득요건 상한선 인상, 직접일자리 50만 개 공급(1월), 긴급돌봄 지원 대상 확대, 아동수당 지급연령 상향 등 고용·복지사업 신설·확대가 대다수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 대해선 손실보상과 함께 100만 원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한다.
대규모 소비 사업도 재개한다. 3월부터 3개월간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신용카드 등으로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한 소비자에게 추첨번호를 주고, 다음 달 추첨을 통해 소정의 당첨금을 지급하는 ‘상생소비 더하기’ 사업을 시행한다. 당첨금은 1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검토 중이다. 정부는 대상 업종과 당첨금, 지급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을 1분기 중 발표한다. 당첨금이 10만 원으로 통일된다면 최대 1만5000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상생소비 더하기는 지난해 4분기 시행된 ‘상생소비 지원금’ 사업의 연장선이다. 상생소비 지원금은 직전 분기 월평균 카드 사용액 대비 3% 초과 사용액의 10%를 환급해 주는 사업이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올해 5월을 ‘상생소비의 달’로 지정해 지역사랑상품권 구매 한도와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구매 한도를 월 최대 100만 원으로 확대한다. 숙박·실내체육시설·프로스포츠 등 3종 쿠폰 약 400억 원 등 지난해 소진되지 않은 소비쿠폰 예산도 올해 마저 사용한다.
소득 보전·소비 진작의 주된 목적은 회복력과 소비력 유지다. 위기 상황에서 한 번 폐업한 소상공인·자영업자는 경기가 회복돼도 재기가 어렵다. 개인사업체 파생 일자리도 영구적으로 사라진다. 실업자는 미취업 상태가 길어질수록 경력 공백도 길어져 경기와 무관하게 노동 취약계층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성장 회복력과 소비력의 항구적 훼손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최대한 버티도록’ 돕고, 실직자들의 조기 재취업을 유도하고,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계층에는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게 올해 경제 정책의 큰 방향이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경제정책 방향 발표 당시 “코로나 학번의 내일배움카드 자부담률 인하와 일경험 확대를 추진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조기 취업성공수당을 신설해서 보다 빠른 취업을 유도하는 등 ‘코로나 이력 효과’를 최소화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우리 경제에 영구적인 부담이 돼 잠재성장률을 훼손하는 것을 차단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5월까지란 점에서 재정정책을 선거용으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경기 침체기 재정 조기 집행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적다. 대표적으로 일자리·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집행 시기를 앞당길수록 경기 파급효과가 큰데, 올해 조기 집행 사업에는 일자리·SOC 사업도 대거 포함됐다. 올해에는 기업 33조 원, 민자 15조5000억 원, 공공기관 67조 원 등 총 115조5000억 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다.
관건은 코로나19 확산 추이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방역 조치를 강화하면 소비 사업은 물론, 일자리·SOC 사업 추진도 차질이 빚어진다. 돈을 준비해 놓고도 못 쓰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2021년 12월) 브리핑에서 “올해에도 연말과 연초, 7~8월을 거치며 확산기가 있었다. 이런 불확실성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더 빨리 회복되면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고, 길게 가면 리스크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민생회복 본격화다. 대면서비스업 등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는 (방역)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방역 상황은 안정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신규 확진자 감소세에 더해 1~2주 뒤에는 위중·중증환자와 사망자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3차 접종률이 일정 수준으로 오르면 오미크론 변이에도 대응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