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의 경제 이야기-약팽소선(若烹小鮮)] 새해를 맞이하며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조건

입력 2022-0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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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석좌교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인년 새 아침이 힘차게 밝았다. 새해를 맞아 모두들 희망을 가지고 이를 이루기 위한 각오를 다지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도 새해를 맞아 우리나라가 어떤 모습을 가지면 좋을지 몇 가지 소망을 해보고자 한다.

새해에는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었으면 한다. 경제적으로는 이미 선진국이 되었거나 선진국 문턱을 넘어가는 수준이기 때문에 경제적 선진화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을 것이다. 사실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적 발전은 경이 그 자체이고 우리 모두 자랑할 만한 업적이다.

그런데 양적지표로 보는 경제적 선진화에 걸맞은 질적인 발전이 되어 있을까? 아직 부족한 점이 분명히 있지만 상당한 발전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이미 제조업 강국의 위치에 올라선 20년 전, 즉 금세기 초만 해도 작고 세밀한 부분의 하자 같은 것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대형 조선소와 굴지의 자동차 산업을 보유한 국가에서 건축자재의 규격이 균일하지 못하다는 것이 지적될 정도였으니까. 이 부분에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은 이와 같은 문제점이 상당히 해소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도 있다. 소재산업에서 외국에 의존하는 것이 그 예가 될 것이다. 국제분업의 현실에서 우리가 뭐든지 최고가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진보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우리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누차 강조한 바 있지만, 노사관계도 훨씬 선진화되어야 한다. 필자는 우리 경제가 진정한 선진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정치가 더 선진화되어야 한다. 사실 식민지에서 독립하여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는 아직까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자랑스러워해야 할 업적이다. 그런데도 정치적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한마디로 정치의 질적인 선진화는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도로서의 민주화는 이미 우리가 이룩해 놓았다. 필자가 유학 생활을 하던 1980년대만 해도 국제적으로는 이제 좀 잘살기 시작했지만, 민주주의로 이행하기에는 먼 나라 정도로 취급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를 가도 당당한 민주국가 시민임을 당연히 여기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삼성이 어느 나라 회사인지 모르던 시대가 과거일 만큼 국격도 상승되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것을 고쳐나가야 할 것인가?

정치는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데 우리 정치는 불행히도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더 많다. 대화와 타협이 거의 실종되어 있는 정치적 현실은 오히려 과거에 비해 후퇴한 것이다. 이 한 가지만으로도 진정한 정치 선진국이 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민주주의라는 것이 취약한 점이 있어 비단 정치 선진국일지라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도전은 포퓰리즘이라는 것 역시 잘 알려져 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이런 현상이 일부나마 나타나는 것을 보고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한 우리나라는 더욱 걱정을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맞는 우리 국민들이 특히 새겨야 할 대목이다.

다음으로 사회적 선진화도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 신뢰라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자본으로서 선진사회의 요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공정, 질서 이런 것들은 내 주위의 작은 실천부터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큰 것까지 다양한데 우리 사회가 아직 이뤄야 할 것이 남아 있다고 본다. 되돌아보면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줄서기 같은 간단한 질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이제 그런 정도는 잘 지켜지고 있고 그만큼 시민의식이 성숙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나만 옳고 내가 최우선이라는 의식, 따라서 큰소리로 자기 주장만 앞세우는 집단과 개인이 종종 보인다. 새해는 이런 일들이 줄어들고 상식이 더 널리 통용되어야 할 것이다.

요약하면 우리 사회는 경제 선진화를 시작으로 정치, 사회 분야까지 많은 성취와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럼에도 좀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으니 새해를 맞아 우리 모두 같이 노력하자는 당부를 드려 본다.

독자 여러분, 임인년 새해에 건강하시고 행운이 같이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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