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賞) 타는 국회의원, 상(喪) 치르는 자영업자

입력 2022-01-04 05:00 수정 2022-01-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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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규 IT중소기업부 기자
▲심민규 IT중소기업부 기자

“죄송하기 짝이 없고 굉장히 미안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책임감을 무겁게 느낍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한 시상식에서 12명의 국회의원은 상(賞)을 타면서 입을 모아 이러한 수상 소감을 했다. 이들은 상을 받고도 기뻐하지 않고 연신 고개만 숙였다. 받은 상은 ‘초정대상’. 조선 후기 실학자인 초정 박제가 선생의 상공업 부흥 정신을 되살리고, 소상공인 권익 보호에 앞장선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뜻깊은 상인데 왜 사과만 했을까.

“추모로 많은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살려달라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습니다”

시상식이 있기 3개월 전, 같은 지역에서 자영업자들은 상(喪)을 치르며 이렇게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7시간 동안 경찰에 가로막혀 분향소도 설치 못 하고 길바닥에서 상을 치러야만 했다. 돗자리 한 장 위에는 동료 자영업자들이 보낸 짜장면과 치킨 등 배달음식이 채워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는 24명이라고 한다. 왜 이들은 상을 치러야 했을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버티고 또 버텨왔다. 방역이라는 공익을 위해 사익을 포기했다.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고 빚만 잔뜩 지었다. 지난 9월 말 기준 소상공인의 대출 규모는 887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증가했다. 경기 전망 지표도 연일 악화하고 있다.

손해를 입었으면 보상이라도 제대로 해주면 좋을 텐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데이터 파악도 못 한 정부는 손실보상의 원칙도 정하지 못했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방역지침에 맞춰 선심성 지원금과 대출만 하게 할 뿐이다. 다가올 대선에 한 표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후보들과 의원들은 말로만 50조, 100조 원을 외치고 있다. 구체적인 상세 방안도 없이 서로 핑계 대면서 해답 없는 입법활동만 한다.

수고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따로 있고 그 일에 대한 대가는 국회의원이 받는 기이한 현실. 새해를 강화된 거리두기 연장으로 맞이한 이들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그동안 상(喪)을 치렀던 이들에게 올해는 제대로 된 상(償)을 줄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상 탄 의원들이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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