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새해를 맞는 방법

입력 2022-01-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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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연세대학교 명지병원 외래교수

2021년 12월 31일 밤 11시.

언제부터인가, 가족 행사로 정착된 의식을 시행하기 위해 우린 묵묵히 집을 나섰다. 차를 타고 20여 분 정도 지나 목적지인 롯데월드 타워가 잘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타워벽 전광판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면서, 각자 자신의 새해 각오를 다지기 시작하였다. 주변 차도에는 우리 말고도 적지 않은 차들이 비상등을 켠 채로 새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좀 샤머니즘 같기도 하지만.” 처가 갑자기 싱긋 웃으며 말을 꺼냈다.

“뭐 어때. 우리 가족이 이렇게 한마음으로 뭔가를 한다는 데 의의가 있잖아.” 나도 같이 웃으며 화답을 하였다.

“나에겐 이 행사가 정말 중요해요.” 고등학생인 큰아들은 우리 중 제일 진지하다.

중학생인 막내딸은 아직도 시큰둥한 것이, 마지못해 따라온 표정이다.

자정 10분 전이 되자 타워 전광판에서 카운트다운을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말을 멈추고, 각자의 생각에 몰두하기 시작하였다.

“10,9,8,.....3,2,1!” “2022년이다!”

약간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서로에게 새해 덕담을 건네고 가벼운 포옹을 나누었다. 불과 20여 분 정도 걸린 가족 행사를 마치고 조용히 집으로 귀가를 하였다. 서로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묻지 않는 것도, 언제부터인가 생긴 불문율이었기 때문인지 정말 서로 말이 없다.

다년간 새해 소원을 빌다 보니 요령도 생겼다. 우선 너무 거창한 기원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실행 가능한 작은 내용을 기원한다. 또 막연한 내용이 아닌 구체적인 수치를 기원한다. 즉, ‘새해엔 건강하게 해주세요’보다는 ‘새해엔 최소 주 1회 이상 5㎞ 달리기하겠습니다’ 하는 식이다. 그랬더니 소원이 이루어지는 놀라운 기적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마 다들 각자의 방법으로 새해를 맞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새해 진료시간에는 환자분들에게 새해맞이를 어떻게 하셨는지 늘 여쭤본다. 그들에게 좋은 방법을 배우기도 하고, 또 나만의 비결을 일러 주기도 한다. 항상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호모 사피엔스의 욕구는 오늘의 번성을 이루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으리라.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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