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느 업계보다 빠른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유통업계가 올해도 변신을 서두른다. 백화점들은 기존 매장 리뉴얼로 분위기 쇄신에 나서는가 하면 이커머스 업체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영토 확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라이벌인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전날 신년사에서 ‘시도조차 하지 않은 샷은 100% 빗나간다’는 캐나다의 유명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말을 나란히 인용하며 도전 정신과 실패도 포용하는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오프라인 혁신을 이어가며 본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 공간 혁신과 차별화 콘텐츠를 더해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올 상반기 경기점의 명품관 리뉴얼을 마무리짓고 경기 남부 상권 공략에 나선다. 경기점은 지난해 10월 1년여 간 리뉴얼을 통해 업계 최초로 지하 1층과 1층, 두 개 층에 걸쳐 명품·화장품 전문관을 선보였다.
신세계 강남점도 기존 면세점으로 운영되던 공간을 백화점 매장으로 바꾼다. 약 4000평의 공간이 더해지는 강남점은 신세계만의 차별화 콘텐츠와 서울 최대 규모를 앞세워 프랑스의 봉마르셰, 영국의 헤롯과 같은 대한민국 랜드마크 백화점의 위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MZ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플랫폼 사업도 강화한다. 신세계백화점이 만든 ‘코덕들의 놀이터’ 시코르’는 올해 럭셔리 디지털 플랫폼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뷰티테크(Beauty+Technology)를 결합하는 O2O 디지털 뷰티 플랫폼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유통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더현대 서울’의 DNA를 운영중인 주요 점포에 이식하고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글로벌 남성 럭셔리 브랜드를 연달아 유치하고 있는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 외에도 판교점도 하반기 중으로 ‘남성 럭셔리 부띠끄’로 리뉴얼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적극적인 투자로 시장 선두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쿠팡은 물류센터 확충에 집중한다. 현재 운영 중인 100여 곳의 물류센터에 더해 부산, 청주, 김해, 창원, 완주에 신규 물류센터를 구축한다. 물류센터 추가 구축으로 쿠팡은 로켓배송 권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SG닷컴은 하루 3000건 이상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대형 PP(Picking&Packing)센터를 올해 상반기까지 30개로 늘린다. 지난해 인수를 마무리한 이베이코리아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유료 멤버십 서비스도 도입한다. SSG닷컴 관계자는 “고객 쇼핑 편의를 제고하는 차원”이라며 “구체적인 출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새벽배송 강자인 마켓컬리는 올해 상장을 계기로 인프라 고도화, 물류 서비스 개선 등에 더욱 속도를 낸다. 마켓컬리는 최근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 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해 기업가치 4조 원을 인정받았다.
존재감이 약해진 1세대 이커머스 티몬과 위메프는 새로운 전략으로 반등을 꾀한다. 티몬은 커머스에 콘텐츠를 융합한 ‘콘텐츠 커머스’를 앞세운다. 위메프는 이용자와 브랜드사를 직접 연결하는 ‘D2C 서비스’로 재기를 노린다.
편의점 업체들은 기술 혁신을 통한 차별화 서비스를 선보인다.
GS리테일은 온·오프라인 전 채널에서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통합해 마케팅 역량을 강화한다. 또 전사적 IT시스템 최적화로 디지털 물량을 구축한다. GS리테일은 성장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반려동물, 식품 사업 등도 육성한다.
CU는 편의점 신모델 개발 차원에서 최신 리테일테크를 도입한다. 그 일환으로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 등과 함께 완전 무인 편의점 모델 개발을 위해 협업하고 있다. CU는 멤버십 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맞춤형 쇼핑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세븐일레븐은 퀵커머스(근거리 배달) 역량 강화를 위해 자율주행 배달 로봇인 ‘뉴비’ 도입에 속도를 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통사들은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한쪽에 치중했지만 이젠 온·오프라인 모두를 잘해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물류센터 등 배송 기반 시설 확충과 함께 온·오프라인 전략 성과에 따라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