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치에 울고 웃는 부동산 시장

입력 2022-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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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부동산부장 대행

“최근 주택 가격 하락세를 확고한 하향 안정세로 이어가면서, 실수요자들을 위한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겠다. 다음 정부에까지 어려움이 넘어가지 않도록 할 것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신년사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집값 하락세를 자신했지만, 새해를 맞아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을 내놓은 전문가들은 대다수가 상승폭은 축소하더라도 하락세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정부와 시장에서 바라보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시각차가 여전히 크다. 누가 ‘맞다, 틀리다’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기보다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신뢰를 주지 못했으면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온도차가 클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사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은 제대로 된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았다.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가격이 움직여야 하는데, 중간에 ‘정치’라는 부분이 끼어들며 변수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만 26차례의 부동산 정책을 내놨고, 이 중 시장 안정을 위해 제대로 작동한 것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 집값 폭등의 원인이 공급 부족보다는 부동산 투기 세력에 있다며 각종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런 정부의 정책을 비웃었다. 규제를 강화하자 오히려 집값이 더 뛰었다. 결국,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는 공급 확대를 선언했고,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양도세, 재산세, 임대소득세, 건보료 등 세제 혜택을 줬다. 이후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 집값 폭등과 투기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부동산 특위를 구성해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가 반발이 거세자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는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당정의 오락가락 대처에 혼란만 이어졌고, 그 사이에도 집값은 널뛰었다. 서민들은 대출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유주택자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신음한다.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말이 있다.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힘을 들이지 않고 요행으로 일이 성취되기를 바라거나 어떤 착각에 빠져, 되지도 않을 일을 공연히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어쩌면 이 말과 어울리지 않나 싶다. 단순히 시장 상황을 보려는 노력이나 현장의 의견은 제대로 듣지 않고 ‘규제를 강화하면 다주택자들이 가지고 있는 집을 내놓겠지? 그렇게 주택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집값이 잡힐 거야’, ‘이렇게 정책을 내놔보고 안 되면 바꾸면 되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만 대책을 내놓은 게 아닐까 싶다.

과연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그냥 아무런 노력 없이 단순히 A라는 정책을 내면 나아지겠지, B라는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이 변할 거라며 요행만 바란 것은 아닐까.

최근 서울과 경기를 비롯해 일부 지역에서 집값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세제 강화와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나타난 효과라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최근 만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지금 아무리 부동산 시장을 전망한 들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부동산은 시장 원리보다 정치에 영향을 더 받는데, 결국 3월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차기 정부에 바란다. 부디 일관성 있는 부동산 정책으로 시장이 상식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그리고 현 정부처럼 수십 차례의 대책으로 국민에게 혼란과 고통을 주느니 때로는 시장 원리에 맡길 수 있는 정부가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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