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부채 신용위험 확대, 취약계층 대책 절실

입력 2022-0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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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화정책 수장들이 올해 가계부채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가능성을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이에 따라 금융안정을 위한 선제적 관리와 위기 대비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나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등은 4일 범금융 신년인사회 신년사를 통해 이같이 우려했다. 공통적으로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가계부채를 꼽았다. 이주열 총재는 “금융완화 조치의 정상화 과정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차입)와 업황부진에 빠진 자영업자 및 가계의 신용위험이 확대될 것”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내부 취약요인이 금융시스템의 약한 고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는 작년 3분기말 기준 1844조9000억 원이다. 1년 전보다 9.8% 불어난 규모다.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린 데 이어, 이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연 1.25%로 추가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물가가 계속 오르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조기 종료와 올해 3회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 등 통화정책 정상화가 빨라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대출금리도 따라 오름세이고, 가계대출의 80% 가까이가 변동금리 조건이다. 부채의 부실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감원장 모두 일관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금융불안을 초래할 잠재 리스크의 선제적 감독을 강조한 이유다.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총량관리로 부채 증가세를 4∼5%로 묶기로 했다. 올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조치가 시행되면서 금융 수요자들의 돈 빌리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문제는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이 멈추지 않고 내수 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면서 신용도 낮은 서민과 취약 자영업자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때다. 부실 규모가 커지면 금융시스템 안정성이 급속히 흔들리고,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위험성이 증폭된다. 충격을 줄이기 위한 취약 차주(借主) 보호와 별도의 금융지원 방안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거시경제적으로 국제유가 등 원자잿값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장기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가속되고, 국내 금리 상승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이 겹쳐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악화하는 사태가 가장 우려스럽다. 가계부채 위기와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를 더 가라앉힐 수밖에 없다. 한은은 비관적 시나리오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후퇴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예측도 내놓았다.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쏟아내는 돈 퍼주기식 선심 공약은 경제운용의 정치적 리스크만 더 키우고 있다. 금융과 통화정책 당국이 확실히 중심을 잡고 가계부채의 위기를 차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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