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노래 ‘아임 온 잇’(I’m on it)이 재생되자 바닥에 엎드려 있던 로봇 개 ‘스팟(Spot)’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스팟은 민첩하게 BTS의 춤을 따라 했고, 발을 구르거나 울퉁불퉁한 장애물에도 가뿐히 올라갔다.
5일(현지시간)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 현대차는 약 372평 규모의 부스를 마련했다. 부스는 ‘로보틱스 비전’을 선언한 기업다웠다. 자동차와 관련한 전시물은 자취를 감췄고 모든 공간을 ‘로봇’이 채웠다. 현대차는 로보틱스 비전을 통해 공개한 다양한 로봇 제품을 시연하고, 이들의 특징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의 뒤는 ‘PnD 모듈’ 기반의 퍼스널 모빌리티가 이었다. 탑승자가 조이스틱을 조종하자 퍼스널 모빌리티는 무대 공간을 자유자재로 오갔다.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하거나, 직각으로도 이동할 수 있어 라스트마일 모빌리티(최종 목적지까지 이용하는 모빌리티)에 제격인 모습을 뽐냈다. 이 밖에도 호텔에서 고객의 짐을 운반하는 ‘서비스 모빌리티’, 물류창고에서 물건을 나르는 ‘로지스틱스 모빌리티’도 전시관에 자리했다.
‘DnL 모듈’을 적용한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는 몸체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청중의 탄성을 끌어냈다. 모베드는 각 바퀴에 모터가 있어 제자리에서 회전하거나 몸체를 줄였다 늘렸다. 바퀴 별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언덕을 올라갈 때도 수평을 유지했다. 현대차는 가상의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메타버스 전시관도 구성했다.
이날 현대차 부스는 로봇 기술을 확인하려는 관람객으로 종일 붐볐다. 메타버스 전시관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는 줄은 부스 외부를 두르고 길게 늘어설 정도였다. 외신들도 부스를 찾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창업자인 마크 레이버트, PnD 모듈 개발을 주도한 현동진 현대차 로보틱스랩 상무와 인터뷰하며 큰 관심을 표했다.
현동진 상무는 “PnD 모듈의 상용화는 목표를 2년으로 잡았다. 소비자에게도 공급해서 사용되도록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