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대선판 등장한 '毛퓰리즘'…논란 속 현실화 가능성은

입력 2022-01-0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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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홍보 영상. (이 후보 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홍보 영상. (이 후보 유튜브 캡처)

대선판에 뜬금없는 '탈모 논쟁'이 벌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일상에 도움 되는 공약’이라는 주장과 ‘불필요한 공약’이라는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가세했다.

이번 대선에서 핫 키워드로 떠오른 '탈모약 건보 공약'.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봤다.

지지자들 “국민 생활에 밀접한 공약”

▲탈모 진료를 받는 모습. (연합뉴스)
▲탈모 진료를 받는 모습. (연합뉴스)

이 후보는 지난 2일 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선거대책위원회에서 ‘탈모약 비용 부담이 커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듣고 이를 공약 후보로 채택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커뮤니티인 디씨인사이드의 ‘탈모 갤러리’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재명은 뽑는 게 아니다, 심는 거다’와 같은 문구가 유행처럼 퍼졌고 이 후보 측은 이 문구를 활용해 홍보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공약에 찬성하는 이들은 이 공약이 ‘국민의 실생활에 밀접한 문제를 해결하는 공약’이라고 평가한다.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고 있진 않지만, 국내 탈모 인구는 약 1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모로 진료를 받은 사람과 일반 탈모인을 더해 추산한 수치다.

실제 탈모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탈모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6년 21만2000여 명에서 꾸준히 늘어 2020년 23만3000여 명으로 늘었다. 2001년 10만3000여 명 이후 10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특히 진료 인원 중 43%가 2030의 젊은 층이었다. 지난해 탈모 진료 인원 중 30대는 22.2%(5만1751명), 20대는 20.7%(4만8257명)에 달했다. 2030 진료 인원 중 63.4%(6만3499명)가 남성, 36.6%(3만6509명)는 여성이었다. 40대(5만0038명)까지 더할 경우 탈모로 병원을 찾은 사람 중 64.3%가 20~40대였다. 젊은 층이 탈모로 큰 고민을 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탈모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도 정식 질병으로 구분된다. 원형 탈모증, 전체(두피 탈모증), 상세불명의 원형 탈모증 등 다양한 탈모 증상이 질병 분류 코드를 부여받은 정식 질병이다. 이처럼 탈모가 젊은 층이 고민하는 일상적인 질병인 만큼, 이 후보의 공약을 지지하는 이들은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안철수도 가세한 ‘탈모 논쟁’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내세운 탈모 관련 공약. (안 후보 페이스북 캡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내세운 탈모 관련 공약. (안 후보 페이스북 캡처)

이 후보의 공약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가세했다. 안 후보는 건강보험 재정을 건드리지 않는 탈모약 가격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안 후보는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탈모 카피약 약가 인하와 탈모 신약 연구개발 지원으로 탈모인 여러분들의 근본적인 고민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은 2018년 적자로 돌아섰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4년에는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언급했다.

이어 “실현 가능한 두 가지 방안을 모색하려고 한다”며 첫 방법으로 탈모약 제네릭(동일 성분의 카피약) 가격 인하를 제시했다.

안 후보는 “카피약의 경우에는 연구개발비가 들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 인하 여력이 있다”며 “카피약의 가격을 오리지널약의 30~40%까지 떨어뜨리면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지 않아도 탈모인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는 탈모 연구개발 지원을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탈모 문제는 매우 중요한 헬스케어 시장”이라며 “저렴하고 효과 좋은 탈모 신약 개발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원해 신약을 개발하면 산업발전에도 도움 되고, 탈모로 고민하는 분들이 보다 싼 가격으로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표 의식한 모(毛)퓰리즘” 지적 나와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페이스북 게시글. (이 교수 페이스북 캡처)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페이스북 게시글. (이 교수 페이스북 캡처)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치권 이슈에 현실 가능성이 낮은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악화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하면 생명과는 무관한 탈모에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장을 지난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 후보의 공약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교수는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5.3%에 그쳤다”며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의 평균 건강보험 보장률인 80%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결국 우리는 주요 질병으로 인한 직접 의료비 부담이 여전히 큰 나라에 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중심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비급여인 탈모 치료가 국민건강보험의 적용 대상이 되면 미용성형 및 피부과 영역의 수많은 시술과 치료들도 같은 반열에서 급여화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월급쟁이 의사 모임인 병원의사협의회는 성명서도 냈다. 이들은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에 일부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면서도“대부분의 전문가들과 포퓰리즘 정책을 반대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건강보험 재정 파탄에 대한 우려와 건강보험 급여 항목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근거를 들어 반대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신 항암제 등의 약제들은 꼭 필요하지만 고가라는 이유로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들이 재난적인 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라며 “항암제 등 환자에게 꼭 필요한 부분을 먼저 급여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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