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 선을 돌파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1원 오른 1201.0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1200원 돌파는 2020년 7월 24일 1201.5원 이후 약 1년 반 만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0원 오른 1200.9원에 출발했다. 장중 한때 1201.4원까지 올랐다. 정부의 구두 개입 발언이 나오면서 1197.1원까지 내려갔으나 다시 반등하면서 1200원대에서 장을 마쳤다
이날 환율이 요동친 것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예고와 함께 유동성을 흡수하는 조치까지 검토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한 2021년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앞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또는 더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같은 연준의 조기 긴축 예고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환율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추구 성향은 약해지고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는 높아진다. 이는 원ㆍ달러 환율 상승을 불러온다. 또 원ㆍ달러 환율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차손을 키워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
연준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금리인상을 넘어 현재 8조8000억 달러에 달하는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 긴축을 시작할 수 있다고 예고한 것 역시 강(强)달러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참석자 대부분이 첫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일정 시점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는 점에 동의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전날 공개된 연준의 FOMC 의사록 내용은 당초 예상보다 더욱 매파(긴축선호)적이었다”라며 “특히 대차대조표 축소는 향후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200원을 웃도는 달러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매도(네고) 물량, 당국의 개입 여지 등으로 ‘오버슈팅(일시적 폭등)’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연초 들어 미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 전망이 확산되면서 원화뿐 아니라 다른 주요 통화 대비 전체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서 이런 측면에서 시장 동향을 보다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급격한 변동성 확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안정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15∼20원가량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라며 “올해 달러화는 약세, 원화는 강세를 띨 것으로 전망하지만 시점은 봄 이후로 지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잇따른 이벤트는 환율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오는 1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재지명 인준에 대한 청문회가 예정돼있다. 12일에는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3월 금리인상 여부를 타진할 수 있는 1월 FOMC는 오는 25~26일 열린다.
국내에서도 환율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가 있다. 오는 14일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다. 한은이 올해 1분기인 1~2월 중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1월 인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금리인상은 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외국인투자자금 유출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