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중소·대기업 불공정, 혁신할 사람 누구인가

입력 2022-01-09 18:26 수정 2022-01-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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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IT중소기업부장

경제전문 유튜버 채널 ‘삼프로 TV’. 유력대선 후보자들의 지지율 변동 변곡의 단초가 됐다고들 한다. 필자의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진행자가 골목상권 유통문제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탈취 문제에 대해 후보자들의 입장을 물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우리나라 경제 구조 자체가 매우 왜곡돼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효율을 발휘할 수 없는 불공정 구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탈취, 경영 성과 탈취, 단가 후려치기 등을 언급했다. 그리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제가 법을 전공했다고 해도 아주 디테일하게 아는 건 아닙니다만, 미국의 법제도를 보면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면 설계가 아주 잘돼 있어요. 제재가 다 나와 있습니다. 마음대로 못해요. 미국이라는 나라가 불문법으로 운용되고 실제로 소송하면 판례에 의해 법률 관계가 만들어지잖아요. 미국에는 공정거래국(FTC)도 있지만 법무부에서 반독점국이 있어서 약 730명 정도의 검사들이 그런 대기업의 어떤 약탈적 행위에 대해 수사도 벌입니다”라고 했다.

가장 근원적인 문제인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 대해 이 후보는 ‘불공정’으로 봤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것이 전부가 아니다. 윤 후보는 아예 문제점으로 인식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소기업 노동자들과 자영업자의 비율도 OECD 국가들에서 가장 높지만, 중소·대기업의 임금 격차도 최악에 달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소득 비율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꼽았다. 그는 “대기업은 수출과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준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 폭등에도 납품단가는 제값을 못 받고, 운송 대란에 따른 물류비 상승과 인력난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양극화는 을인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싸워서 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우리 기업들의 총매출액은 대기업이 52%, 중소기업이 48%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익률은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가져간다. 99%의 중소기업은 25%에 불과하다. 성장도 좋지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소기업도 노력한 만큼 적정한 성과가 보장돼야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할 수 있다.

중력이산(衆力移山). 중소기업인들이 2022년을 전망하는 사자성어로 꼽았다. ‘많은 사람이 서로 힘을 합하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전환, 코로나19 확산세 지속, 인플레이션 우려와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에서도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도전과 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중소기업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인이 원하는 차기 정부의 첫 번째 정책 과제는 무엇일까. 주52시간제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근로자도 76%가 임금이 삭감돼 생활이 어렵다며 개선을 원하고 있다. 사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주52시간제로 인한 충격이 덜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해법은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이다.

이달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대로 시행되면 현장의 혼란과 충격이 불가피하다. 중소기업의 99%는 오너이자 대표인데, 사고가 발생 사고를 수습하고, 사후 처리를 해야 할 대표자가 구속되면 그 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반드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

양극화 문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기업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발적인 상생협력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의 상생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은 현장을 잘 아는 중소기업계 대표로 임명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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