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매일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이 애완견 대신 로봇개를 데리고 다니게 될 것이라고 자동차 회사 CEO는 주장한다. 공원에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과 로봇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할까? 강아지는 로봇개를 보고서 꼬리 치며 반가워할까? 10년 또는 20년 후에는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일까?
지능형 로봇은 기계의 상징인 산업사회와 인공지능의 상징인 디지털 사회가 융합하여 새롭게 진화하는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창이다. 미래에 우리는 로봇과 어떻게 생활하게 될까? 미래를 예측할 때 일반적으로 로봇의 특징적 기능을 확장하여 생각하게 된다. 많은 기술 예측이 다 그렇고, 그래서 잘못 예측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여전히 이동이 중요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증기기관으로 태동한 산업사회는 이동이 중심이 된 사회였다. 증기기관에 의한 공장제 생산이 산업혁명을 일으켰지만, 산업사회의 확장에 기차, 자동차의 역할이 컸다. 도시와 주거지가 확산되고, 엘리베이터의 발명은 빌딩 숲의 대도시로 이어졌다. 집과 직장, 도시를 이동하는 것은 경제 활동의 표준이었다. 이동은 바로 삶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사회, 자동차 문화의 사회였다.
이동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낸 것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이다. 사이버라는 새로운 세상의 등장은 물리적 공간의 이동이라는 개념을 해방시켰다. 엔진 기술은 물건과 동시에 사람의 이동을 가져왔지만, 디지털 기술은 사람은 가만히 있고, 정보를 나에게 가져다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물건을 나에게 가져다주는 온라인 쇼핑과 택배를 일상화했다. 내가 머무르는 곳, 주로 집에서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점점 더 지능화되는 공간인 스마트 홈, 스마트 시티가 이런 점을 보여주고 있다. 집에서 서비스를 받는 것만이 아니라 근무도 하고 교육도 받고,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메타버스 등이 바로 이런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산업사회는 사람이 사물, 상품, 서비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다니던 사회였다면, 디지털 사회는 사물, 상품, 서비스가 나에게 다가오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인간이 돌아다니면서 했던 일은 누가 하게 될까? 사람이 하던 물건을 만들고 이동하는 일들은 로봇이 하게 될 것이다. 이때 사람들의 삶의 공간인 도시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을 것이다. 사람들을 위한 공간과 로봇을 위한 공간의 분리가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 로봇이 늘어나겠지만, 로봇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존재할 것이다. 자동차를 위한 도로가 생겼듯이 로봇을 위한 도로가 생길 것이고, 이 도로는 지상이 아니고 지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인류는 힘들고 위험한 일을 대신하기 위해 기계를 발명하였다. 이제 위험 지역을 점검하고, 수리하고, 순찰하는 것도 로봇이 하게 될 것이다. 고압전선 유지보수, 교량의 위쪽 표면 도장, 건물 지붕 또는 정유 파이프 검사 등을 위한 로봇 개발이 늘어날 것이다. 로봇은 인공지능을 탑재하여 자율적으로 작동하거나 중앙의 관제실에서 통제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로봇이 발달하게 되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로봇을 마주치게 될까? 아마 인간이나 동물 모양의 로봇을 마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과거에 안마 로봇을 상상했지만, 안마 의자가 상품화되었다. 앞으로는 안마 캡슐에 들어가면 안마에서부터 기초적인 치료까지 제공하는 기계가 등장할 것이다. 이것은 사람과 같은 로봇의 모습은 아니지만, 지능화된 로봇이다. 설거지와 요리 등 가사를 도와주는 로봇은 어떤 모습일까? 요리 로봇, 설거지 로봇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식자재 주문에서부터 요리, 설거지까지 하나의 시스템이 집에 장착될 것이다. 점점 더 집은 지능화된 기계이며 로봇이 될 것이다. 개별 기능을 처리하는 로봇이라는 관점이 아닌 통합적인 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 로봇의 발전을 전망해야 한다. 필자는 로봇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일은 안 일어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