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성과급 은행권…실력인가 운인가

입력 2022-01-11 16:03 수정 2022-01-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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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계부채 정책 덕분에 대출 관리…리스크 낮춰
금리 인상기 힘입어 이자 수익 거둬…작년 3분기 기준 11.6억
금융당국 “과도한 경영진 성과급·주주 배당은 지양해야”

(연합뉴스)
(연합뉴스)
역대급 성과급을 받은 은행권을 향한 눈초리가 따갑다. 작년 한 해 부동산 가격 급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생계형 대출 수요가 높았던 반면 정부 방침을 이유로 대출 문을 꼭 걸어 잠갔던 은행들이 성과급 잔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작년 12월 가계대출 잔액은 709조529억 원으로 전년 말(670조1539억원)보다 38조8990억 원 증가했다. 이 중에 주택담보대출(505조4046억 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웃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지난해 은행권은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금리 상승기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갔다.

먼저 가계부채 관리방안으로 대출 건전성 관리가 가능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를 우려해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등 대출 정책에 몰두했다.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연 5~6% 수준에 맞추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번번이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의 대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대출 수요자들은 어쩔 수 없이 2금융권(저축은행, 카드, 캐피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금융권도 대출을 조이자 대부업으로 또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한도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정책을 명분 삼아 상대적으로 고신용, 고소득 차주를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개인신용대출을 신청했지만, 우리은행 상품을 이용하기 어려운 고객을 대상으로 우리카드·우리금융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 상품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최근 선보였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작년 6월(5월 취급 대출 기준) 중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금리 구간별 취급 비중을 보면 많게는 90% 이상이 3% 미만 대출에 집중됐다. 4~4.5% 수준의 대출 금리를 취급한 은행은 한 곳에 불과했고, 이 하단의 금리를 취급한 곳은 없었다.

대출 금리가 낮다는 것은 은행이 차주의 상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평가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신용이 높거나, 소득이 높을수록 리스크는 낮게 평가된다. 전년도 같은 기간(2020년 6월 공시)에는 3% 미만 대출의 취급 비중은 모두 90%를 넘었다. 일부는 100%에 육박하기도 했다.

은행들이 우량 대출을 선호할 수 있던 또 다른 이유는 금리 인상기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덩달아 오르자 금리 하한선이 높아져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작년 12월(2021년 11월 취급 대출 기준) 은행연합회에서 공시한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보면 1~2등급 금리에 적용하는 금리가 3%대 중후반으로 나온다. 1년 전보다 1%포인트 이상 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들의 이자 이익은 1조 원 이상 늘었다. 작년 3분기 국내은행의 이자 이익은 11조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0조4000억 원)보다 1조2000억 원 증가했다고 금감원은 조사했다.

결국, 은행들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으로 대출 질(質)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금리 상승기에 힘입어 이자수익도 올릴 수 있는 최적의 영업 환경에서 수익을 창출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직원 성과급 지급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영진과 주주에 대한 과도한 성과급, 배당 지급에 대해서는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등 금융리스크를 우려해 내부유보금을 많이 쌓으라고 주문하고 있는데, 내부유보금을 많이 쌓으라는 것은 즉 임직원에 대한 비용을 줄이라는 얘기”라며 “다만 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에 대해서 언급하기보다 임원 성과급, 주주 배당을 조절하라는 의미가 더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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