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시장 얼마나 커졌길래···롯데 투자하자 신세계도 눈독

입력 2022-01-12 14:39 수정 2022-01-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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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를 따지는 합리적 소비기조가 자리잡으면서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기준이 '소유'에서 '사용'으로 전환하면서 유통 빅2인 롯데와 신세계도 성장잠재력이 큰 중고거래 플랫폼에 속속 투자하고 나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전날 번개장터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신세계그룹이 2020년 7월 설립한 벤처캐피탈로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중고거래 시장이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 번개장터가 중고거래가 활성화된 명품, 스니커즈, 골프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향후 신세계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도 고려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조형주 시그나이트파트너스 팀장은 “고객 중 MZ세대의 비율이 경쟁사 대비 월등히 높고 취향에 기반한 중고 상품 거래, 빠르고 안전한 결제 및 배송 등 차별화된 강점을 보유한 번개장터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며 관련 플랫폼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며 관련 플랫폼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는 신세계보다 먼저 중고거래 시장에 투자했다. 롯데는 일찌감치 롯데아울렛 광교점에 ‘프라이스홀릭’을 입점시켰고 롯데 아울렛 광명점에 ‘리씽크’를 운영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지난 해 3월에는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오퍼스PE 등과 손잡고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기업들까지 중고거래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은 그만큼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4조 원이었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0년 20조 원으로 평가되며 10여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했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가 점유율 96%를 차지하고 있다. 2003년 개설된 중고나라는 중고거래의 시초로, 누적 회원 수도 2460만 명으로 가장 많다. 중고나라의 2020년 거래액은 5조 원 수준에 이른다. 또한 2015년 출시된 당근마켓은 지난해 월간 순사용자 1551만 명을 기록하며 중고시장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플랫폼에 직접 투자하는 대기업도 늘고 있다. 당근마켓은 투자나 광고를 유치하지 않고 있어 중고나라와 번개장터에 투자가 집중됐다. 롯데가 지난 해 중고나라에 투자했고, 번개장터는 지난 해 560억 원에 이어 이번에 8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번개장터는 2011년 론칭 이후 2019년 거래액 1조 원, 2020년 1조3000억 원, 2021년 1조7000억 원을 돌파하며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번개장터는 최근 빅데이터 전문 스타트업 ‘부스트’, 스니커즈 커뮤니티 ‘풋셀’, 중고 골프용품 거래 플랫폼 ‘에스브릿지’, 세컨핸드 의류 셀렉트샵 ‘마켓인유’, 착한텔레콤 중고폰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합리적 소비 행태가 늘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성공을 거두면서 중고거래 전성시대가 열렸다”면서 “모바일로 쉽고 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기업들도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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