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발톱 연준’에 엔화 추락 계속된다...신흥국 통화도 불안

입력 2022-01-1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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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실질실효환율은 50년래 최저치로 추락
달러·엔 환율 120엔까지 오를 가능성
MSCI신흥국통화지수, 3주래 최대 낙폭
일각선 미국 주식시장 자금 신흥국으로 유턴해 바닥칠 수 있다는 분석도

▲일본 도쿄의 한 은행 외환딜링룸에서 2020년 11월 4일 외환 딜러들이 거래에 열중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 도쿄의 한 은행 외환딜링룸에서 2020년 11월 4일 외환 딜러들이 거래에 열중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본격적으로 매의 발톱을 드러내면서 외환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달러화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일본 엔화 가치가 추락하고 주요 신흥국 통화 가치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이 지난주 116.34엔까지 치솟아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2017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이 오르면 엔화 가치는 그만큼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엔화는 미국 달러화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연준을 비롯해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물가 상승 압력에 긴축 모드로 돌아선 가운데 일본은행(BOJ) 홀로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것이 엔화 가치 추락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JP모건체이스는 각국·지역 통화 대비 엔화 실질실효환율이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달러·엔 환율이 주요 지지선을 돌파한 가운데 실질실효환율을 추산하는 데 중요 지표 중 하나인 중국 위안화 가치도 절상된 영향이다. 실질실효환율은 명목환율에 각국의 물가 변동 등을 반영해 통화의 실질 가치를 나타내도록 조정한 수치다. 명목환율이 하락하거나 국외 물가상승률이 국내 물가상승률보다 높을 때 실질환율은 떨어진다.

외환 전문가들은 연준이 예상을 넘어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일본의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한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올해 120엔까지는 무난히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JP모건은 엔화의 가치 추락이 올해 계속될 경우 일본 가계의 자본 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흥국 통화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국통화지수는 지난주 0.3% 하락했다. 지난주 연준이 조기 금리 인상과 함께 양적 긴축을 시사하자 3주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인터치캐피탈마켓의 선임 환율 전략가 피오트르 마티스는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신흥국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린다”면서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지 않았거나, 금리가 여전히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수준인 신흥국 통화는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긴축정책 영향이 신흥국 통화에 상당 기간 반영되긴 했지만, 연준의 매파 기조가 강해질수록 추가적인 신흥국 통화 약세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간 저금리 기조에 미국 주식시장으로 쏠렸던 글로벌 자금이 미국이 아닌 신흥국으로 유턴한다면 신흥국 통화를 비롯한 자산들이 미국의 금리 인상 충격을 이겨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주 낸 보고서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가치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 신흥국 통화가 바닥을 치고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M&G인베스트먼츠의 클라우디아 칼리치 신흥시장 채권 책임자는 “연준이 긴축할 때 신흥국 통화가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은 일반적인 오해”라며 “실제로는 연준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도록 신흥국 통화가 미리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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