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하면서 양사의 통합 절차도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국내 조선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EU의 결합심사에 걸려 좌초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태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새 주인 찾기에 골몰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인수 결렬로 현대중공업이 인수 절차 마무리 후 투입하기로 했던 1조5000억 원을 지원받지 못하게 됐다. 설상가상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점점 높아지며 지난해 3분기 기준 297.3%에 달했다.
새 주인을 찾는 것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EU가 ‘독점’을 근거로 기업결합을 불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불가피하게 다른 업종에서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시장에서는 인수 후보군으로 포스코, 한화, 효성 등이 언급된다. 대우조선해양의 덩치가 크기 때문에 이를 감당하려면 관련 사업을 연계할 수 있는 대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호황기를 맞은 해운업체들도 인수에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나마 한국조선해양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할 계획이었던 1조5000억 원을 신사업에 활용하는 등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노조와의 통상임금 소송 패소로 지출해야 하는 일회성 자금을 여기서 충당할 수도 있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이 이번 합병을 추진하면서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는 등 그룹 사업구조를 재편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인수 무산에 따른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조선업계 전체로 보면 장기적으로 두 회사의 합병 무산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조선 업계에서는 자국 업체들끼리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늘리며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주된 경향이다. 이번 인수 기회를 놓치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조선업의 위상이 낮아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2019년 인수 본계약 당시에도 산업은행은 “자국 조선사 간 경쟁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현재 조선업이 호황기라 당장 인수 불발이 미칠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한국 조선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로써 2019년 본계약 체결 이후 3년을 끌어온 두 조선기업의 인수·합병(M&A)은 최종 불발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EU 공정위가 오래전에 조건 없는 승인을 내린 싱가포르와 중국 공정위의 결정에 반하는 불허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당사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당사는 향후 최종 결정문을 자세히 검토한 후,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