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 XT5, 일상에서 즐기는 '아메리칸 럭셔리'

입력 2022-01-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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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미 차고 넘치는 외관과 실내…고회전 전용 3.6ℓ 자연흡기 엔진 일품

▲XT5는 캐딜락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링 도심형 SUV다.  (사진제공=캐딜락)
▲XT5는 캐딜락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링 도심형 SUV다. (사진제공=캐딜락)

캐딜락은 '아메리칸 럭셔리'를 지향한다. 그렇다 한들, SUV의 제왕으로 불리는 '에스컬레이드'처럼 초대형 호화 SUV만 내세우지 않는다. 도심에 적합한 세단과 SUV까지 라인업도 다양하다. 더 많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XT5는 도심형 SUV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링 모델이기도 하다. 이름 그대로 캐딜락 XT6와 XT4 사이에 자리 잡았다. 패밀리 SUV와 콤팩트 SUV 사이에서 이들 두 가지의 특징을 모두 틀어쥐고 있다. 캐딜락 XT 시리즈의 아이코닉 모델이기도 하다.

시승차는 XT5 스포츠 트림. 처음 마주하자 “도심형 SUV라 하기엔 제법 크다”라는 생각이 물밀듯 밀려온다. '도심형=소형'이라는 편견 탓이다.

길이는 4815㎜다. 경쟁차로 꼽히는 볼보 XC60이나 아우디 Q5보다 길다. 너비와 높이는 각각 1905㎜, 1685㎜. 전반적인 차체 크기는 국산차 가운데 기아 쏘렌토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면에 자리한 캐딜락 특유의 방패 모양 엠블럼은 육중하고 고풍스러운 인상을 준다.

차 크기는 쏘렌토와 견줄만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모조리 대형이다. 갖가지 램프와 프런트 그릴 크기는 동급 경쟁차를 가볍게 앞지른다. 크기와 존재감이 미덕인 미국 차답게 모든 게 여유롭다.

전조등을 날카롭게 뚫고나온 세로형 주간주행등은 밋밋할 수 있는 외관에 긴장감을 더한다.

측면은 곡선과 굵은 캐릭터라인이 어우러지며 안정감을 준다. 후면에 세로로 배치된 후미등은 이제 캐딜락의 상징이 됐다. 가로로 뻗은 라인과 균형을 이루며 탄탄한 차체를 완성한다.

▲측면은 곡선과 굵은 캐릭터라인이 어우러지며 안정감을 준다. 후면에 세로로 배치된 후미등은 가로로 뻗은 라인과 균형을 이루며 탄탄한 차체를 완성한다.  (사진제공=캐딜락)
▲측면은 곡선과 굵은 캐릭터라인이 어우러지며 안정감을 준다. 후면에 세로로 배치된 후미등은 가로로 뻗은 라인과 균형을 이루며 탄탄한 차체를 완성한다. (사진제공=캐딜락)

실내는 캐딜락이 지향하는 아메리칸 럭셔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베이지와 옅은 갈색의 가죽, 나무 질감이 남아있는 패널, 굵은 크롬 장식이 조화를 이룬다. 따뜻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운전대에도 우드 타입의 터치가 더해져 감성품질이 넘쳐난다. 나무가 아님에도 나무 질감이 느껴지는 건 캐딜락의 기술이다. 자꾸만 손으로 우드 그레인을 매만지고 있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간결하다. 물리적인 버튼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나머지 기능은 디스플레이 안에 숨어들었다.

차 크기만큼 대시보드도 면적도 모자람이 없다. 번잡하지 않아 실내의 고급스러움을 더 키운다.

전반적으로 공간에 여유가 넘친다. 동급보다 너비가 넓어 운전석과 동반석에 앉아도 개방감이 크다.

2열 좌석도 패밀리카로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곳곳에 널찍한 수납공간을 많이도 심어 넣었다. 트렁크 적재 공간은 850ℓ로 2열을 접으면 1784ℓ까지 늘어난다. 레저활동을 즐기기에도 활용성이 높을 것 같다.

도무지 쉐비 이쿼녹스의 형제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상품성이 뛰어나다.

▲실내는 캐딜락이 지향하는 아메리칸 럭셔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베이지와 옅은 갈색의 가죽과 나무 질감이 남아있는 패널, 굵은 크롬 장식이 조화를 이룬다.  (유창욱 기자 woogi@)
▲실내는 캐딜락이 지향하는 아메리칸 럭셔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베이지와 옅은 갈색의 가죽과 나무 질감이 남아있는 패널, 굵은 크롬 장식이 조화를 이룬다. (유창욱 기자 woogi@)

진짜 매력은 달릴 때 나온다. 눈에 보이는 고급스러움에 그치지 않고 그에 걸맞은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XT5는 3.6ℓ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8.0㎏ㆍm의 강력한 힘을 낸다. 맥시멈 7000rpm까지 솟구칠 수 있는, 이른바 고회전에 최적화된 '쇼트 스트로크' 엔진이다. 여기에 하이드로매틱 자동 9단 변속기가 맞물린다.

시동을 걸고 속도를 내기 시작해도 정숙함이 유지된다. 육중한 차체는 약간의 가속에도 매끄럽게 앞으로 나아간다. 겉보기에 둔할 것 같지만 민첩하다.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운전대를 돌려도 휘청임 없이 원하는 위치로 차체를 움직인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충분한 힘을 내며 기분 좋은 엔진음이 실내를 채운다. 엔진음이 전혀 거슬리지 않고, 되레 프리미엄 SUV의 힘이 느껴져 귀가 즐겁기까지 하다.

스포츠 모델은 노면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상황에 맞는 댐핑력을 스스로 조절하는 기능을 갖췄다. 어떤 도로 상황에서도 주행에 머뭇거림이 없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한다.

▲XT5는 3.6ℓ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314마력(PS), 최대토크 38㎏ㆍ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하이드로매틱 자동 9단 변속기가 맞물린다.  (사진제공=캐딜락)
▲XT5는 3.6ℓ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314마력(PS), 최대토크 38㎏ㆍ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하이드로매틱 자동 9단 변속기가 맞물린다. (사진제공=캐딜락)

XT5는 연료 효율을 위해 특정한 주행 조건에선 실린더 2개를 닫고 4기통만으로 주행한다.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기능 덕분이다. 현재 6기통으로 달리는지, 4기통만 활성화됐는지가 계기판에 나타난다. 평지에서 관성 운전을 할 때는 시속 60㎞ 이상에서도 4기통으로 주행할 수 있다. 계기판을 통해 엔진 활성화 상태를 확인하며 달리는 재미도 있다.

카메라로 전환할 수 있는 리어 미러는 어두운 주차장이나 저녁에 편하다. 디스플레이 시인성이 너무 뛰어나 뒤차 운전자의 얼굴이 보일 정도다. 열화상 적외선 카메라로 전방을 보여주며 야간 주행 시 위험 상황을 알려주는 '나이트 비전' 기능도 제법 유용하다. 처음엔 좀 어색하지만, 시야 확보가 어려운 좁은 골목길을 저녁에 주행할 때 도움이 된다.

▲캐딜락 XT5의 리어 카메라 미러(왼쪽)와 나이트 비전(오른쪽).  (유창욱 기자 woogi@)
▲캐딜락 XT5의 리어 카메라 미러(왼쪽)와 나이트 비전(오른쪽). (유창욱 기자 woogi@)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서울양양고속도로를 거치는 약 200㎞ 코스를 달리는 동안 계기판에 뚜렷하게 새겨진 연비는 10.3㎞/ℓ 수준. 공인연비가 8㎞/ℓ인 점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수치다. 가격은 트림별로 △프리미엄 럭셔리 6793만 원 △스포츠 7582만 원이다.

고급스러운 외관부터 수준 높은 주행 성능, 활용성까지. 어느 하나 아쉬운 점이 없다. 일상에서 프리미엄 럭셔리를 즐기고픈 당신에게 XT5는 최선의 선택지다.

혹자는 국내 주행환경을 고려했을 때 V6 3.6ℓ 모델 대신 '직렬 4기통 2.0 터보' 모델이면 충분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진정한 '아메리칸 럭셔리'의 참맛을 원한다면,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여유로움을 추구한다면 V6 3.6엔진이 제격이다.

병행수입 업체를 통해 수입된 2.0 터보를 부러워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중국산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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