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동법제가 기업 경영 활동에 부담이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인사ㆍ노무 실무자를 대상으로 조사(105개사 응답)한 결과 한국의 노동법제가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응답이 60.0%에 달했다고 17일 밝혔다.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20.9%, 별로 부담이 없다는 응답은 19.1%에 그쳤다.
최근 몇 년간 추진된 노동정책 중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제도는 ‘주 52시간제’(52.4%)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 ‘최저임금 인상’ 44.8%, ‘중대재해처벌법’이 41.9%로 뒤를 이었다.
올해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는 노동 부문 현안은 ‘최저임금 인상’(38.1%)이었다. 두 번째로 ‘정년연장 논의’(35.2%), 세 번째로 ‘근로시간면제 심의 결과’(31.4%)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새 정부가 가장 개선해야 할 노동 과제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28.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근로시간 규제 완화’가 23.8%, ‘최저임금제 개선’이 21.9%, ‘기간제ㆍ파견법 규제 완화’가 11.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전경련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마련되고 해설서가 배포됐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히며 “법률의 모호성을 해소하고 과도한 처벌 수준을 완화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현안 이외에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외부변수로는 코로나19가 71.4%로 조사됐다. ‘ESG 확산’이 35.2%,‘ 탄소 중립’이 33.3%, ‘공급망 불안정’이 32.4%로 그 뒤를 이었다.
기업들이 올해 인사ㆍ노무 중점방향으로 가장 높게 꼽은 것은 ‘유연근무제 확산’(46.7%)이었다. ‘노사관계 안정화’가 42.9%, ‘신규인재 확보’가 32.4%로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등 근로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데, 기존의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노동법제로는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는 것은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전반적으로 낡은 노동법제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응답 기업의 21.0%는 작년 노사관계를 불안하다고 평가했으며, 내년 노사관계도 21.9%가 불안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몇 년간 노동 규제가 급격히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경영 활동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강화되는 노동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노사관계 안정화에 힘쓰면서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