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작은 무모해 보일지라도

입력 2022-01-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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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기업이 만든 전기차를 미국에서 공개한다고?”

호기심이 생겼을 뿐, 큰 기대는 없었다. 베트남 자동차 제조사 빈패스트가 ‘CES 2022’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떠오른 솔직한 생각이었다.

빈패스트의 발표 현장을 지켜보며 생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레 티 투 투이 CEO가 무대에 올라 전기차 5종을 공개하자 현장에서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2022년 말까지 100% 전기차 회사가 될 것이다. 완전한 전동화를 이룬 세계 최초의 자동차 회사가 되겠다”는 말에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세련된 외관의 차량을 직접 살펴보고 배터리 대여 방식의 사업 구조,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을 듣고 있자니 이 회사를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에 멍했다.

현장에서 발표를 지켜보는 베트남인들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한국 기자임을 밝히고 소감을 묻자 한 관람객은 대각선에 자리 잡은 현대차 부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현대차가 그랬듯 빈패스트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1974년 현대차는 독자 생산한 첫 모델 ‘포니’를 토리노 모터쇼에 선보였다. 당시 언론은 포니에 관심을 표하면서도 현대차의 성장 가능성은 확신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47년 뒤 현대차는 판매량(1~3분기) 기준 세계 3위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했다. 끝없는 연구개발과 품질 향상, 글로벌 생산 체계를 갖춘 결과다.

전동화 시대에서는 내연기관 제조사가 가진 기존의 성장 공식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단기간에 성장한 테슬라와 리비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빈패스트도 고전하던 내연기관 사업을 접고 과감히 전기차 제조사 전환을 택했다.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제품을 제공한다는 전략을 세웠고, 후발 업체임에도 미국과 유럽 시장을 첫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의 끊임없는 도전과 모험이 쌓이면 혁신과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미 빈패스트뿐 아니라 수많은 신생 기업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들의 도전이 무모해 보일지라도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과연 누가 혁신과 성장을 거머쥘지, 모빌리티 업계의 지각변동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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