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운임담합' 23개 국내외 해운사에 962억 과징금

입력 2022-01-18 12:27 수정 2022-01-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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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위원장 "해운당국 신고 등 공동행위 허용 요건 안 지켜 법 위반"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15년간 이뤄진 HMM(옛 현대상선) 등 23개 국내외 해운사의 운임담합 혐의에 대해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96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선사가 해운당국에 신고 등 해운업법 상 공동행위 허용 요건을 준수 않아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23개 국내외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962억 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23개 선사는 고려해운, HMM, 남성해운, 팬오션 등 12개 국적선사와 청리네비게이션씨오엘티디, 완하이라인스엘티디 등 11개 외국적 선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23개 선사들은 2003년 12월~2018년 12월 한-동남아 항로 운임을 인상시키거나 유지할 목적으로 기본운임의 최저수준, 부대운임의 신규 도입 및 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격 등을 총 120차례 합의하고 실행했다.

이들 선사의 담합은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와 아시아 역내 항로 운임협의체(IADA)라는 해운동맹 내 중층적‧병렬적 회의체들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담합 기간 중 이뤄지 회의만 해도 541차례에 달하며, 회의체 이외에도 이메일,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통해 수시로 합의 실행 및 합의 준수여부 점검을 위한 의사연락을 지속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23개 선사는 합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른 선사들의 화물은 서로 침탈하지 않기로 했고, 선사들 간 합의된 운임을 거부하는 화주에 대해서는 선적을 거부하기까지 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또 자신들의 담합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화주들에게 개별선사가 자체적으로 운임을 결정한 것처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동행위를 은폐하기도 했다.

그동안 해운업계는 이같은 공동행위가 '해운사는 운임·선박 배치, 그 밖의 운송 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 행위를 할 수 있다'는 해운법 제29조에 의거한 정당한 행위라고 반박해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선사들이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선사들의 공동행위가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30일 이내에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고, 신고하기 전 화주단체와 서로 정보를 충분히 교환하고 협의해야 하는 등의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3개 선사는 이를 지키지 않아 해운법상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23개 선사의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이번 조치로 선사들의 운임 관련 공동행위에 대한 해운당국의 관리가 실질화 되고 수많은 수출입 기업들인 화주들의 피해가 예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공정위가 부과하기로 한 과징금 962억 원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앞서 공정위 심사관이 피심인들에게 보낸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에는 총 80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겨 졌다. 이들 두고 해운업계는 과도한 과징금 부과로 인해 중소 해운사들이 고사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과징금 산정 대상에서 수입항로를 제외한 결과"라며 "수입항로에선 담합 행위로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제한된 측면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촉발된 국회의 해운업법 개정 추진과 관련해서는 해수부와 실무 차원에서의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잠정적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해운업계는 국회를 찾아 공정위의 제재를 막아달라고 호소했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해운법 개정안을 추진하며 공정위를 압박해왔다. 그러나 여야 간 이견으로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다

조 국장은 "합리적 대안을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큰 틀은 공동행위를 해운법상 허용하되 신고 및 화주단체와의 협의 등 해운법에 규정된 내용을 지키는 경우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고, 해운법에 근거하지 않은 공동회의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겠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내용이 국회 농해수위에 계류 중인 개정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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