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 안정을 적극적으로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사실 이 같은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2012년부터 수차례 발의됐었는데, 한결같이 임기만료 폐기로 이어졌다. 해당 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 등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작년부터 또다시 해당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해당 법안의 의결을 논의한 지난해 11월 25일 제4차 경제재정소위에서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고용안정 추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기획재정부 이억원 제1차관 역시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승헌 부총재는 "기본적으로 이 법안들이 가진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갖고 있는 책무와의 상충 문제, 그리고 실제로 저희가 통화신용정책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고용안정을 달성할 수 있느냐는 다양한 실제 시행의 문제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목표를 추가할 때는 많은 수단이 필요한데 사실 수단이 마땅한 게 없는 게 사실"이라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억원 제1차관 역시 "한국은행의 목표에 고용안정 목표를 추가하는 부분은 저희가 보기에는 기존의 물가안정 목표라든지 이런 것들과 상충 가능성이 좀 있다"며 "또 고용안정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의 제한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차관은 "또 한은이 이것을 못 지켰을 때 오히려 한은의 신뢰성이 저하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종합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 법안은 당시 의결되지 못한 채 현재 계류 상태에 머물러 있다. 대선 정국 등에 따라 국회도 사실상 개점휴업 중이다. 관련 법안을 제출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측은 "향후 소위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 출범과 한은 새 총재 취임 후 다시 해당 법안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권 초반 '일자리 정부'를 강조할 게 분명한데, 추경 등에 따라 재정 여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이 고용 안정을 통화정책으로 뒷받침하게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돈을 풀면 경기가 좋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게 통설인데, 이렇게 하면 물가 안정 목표를 함께 추가하기는 어려워 한은 목표가 상충한다는 것. 한은과 기재부가 우려한 대목도 같다.
학계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대다수다. 지난해 김진일ㆍ신관호(이상 고려대), 장용성(서울대), 하준경(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한은 설립목적에 고용안정 추가 방안에 대한 종합검토' 용역보고서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부진에 빠진 고용시장을 고려해 돈을 계속 풀면 인플레가 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실업률은 낮은데 집값은 높은 상황에서 고용 확대를 위해 돈을 풀면 집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도 지난해 7월 한국경제학회에 발표한 '한국은행의 고용 목표 도입' 보고서에서 "고용 목표 도입이 과도한 실물 경기 부양으로 이어져 물가가 급등하고 금융 안정이 저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보다 관련 법안 논의는 더 진전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양경숙 의원의 개정안은 기존 발의안과는 달리 고용안정 목표를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보다 덜 우선시하는 '계층적 책무'로 추가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고용목표를 추가하는 데 따른 여러 논란을 피해가려는 방안이다.
이승헌 부총재 역시 "만약에 고용안정이 포함된다 하더라도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책무보다는 낮은 단계로 가야 하는 게 아니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고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 마련 등 앞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는 산적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