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부채 그림자...저소득국 도미노 디폴트 위기

입력 2022-01-1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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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4개국 350억 달러 부채 상환 의무
2020년 대비 45% 증가
코로나19로 외부 차입 늘린 후 재융자 비용 증가에 어려움
선진국 주도 채무 중단 이니셔티브도 효과 미미

▲사진은 인도 콜카타에서 17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도자기 공방 앞을 지나가고 있다. 콜카타/AP뉴시스
▲사진은 인도 콜카타에서 17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도자기 공방 앞을 지나가고 있다. 콜카타/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2년이 넘는 지금, 대규모 부채 그림자가 세계 곳곳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저소득 국가들을 중심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연달아 발생할 위기에 놓였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올해 74개 저소득 국가 그룹이 350억 달러(약 42조 원) 상당의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0년보다 45% 증가한 규모로 올해만 109억 달러가 늘었다.

가장 부채에 취약한 국가는 스리랑카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주 스리랑카 국채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올해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가나와 엘살바도르, 튀니지 등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채 상환 규모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발생 후 저소득 국가들이 자국 의료 체계를 구축하고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외부 차입을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이후 기존 차입금의 재융자 비용이 증가하고 대유행 기간 중단됐던 부채 상환이 재개되면서 이들을 옥죄고 있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채권단에 의한 자본 감소는 무질서한 디폴트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해당 국가들은 부채를 갚을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채무 상환 재개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러 국가가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여전히 외부 차입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연구소(IIF)는 최근 중·저소득 국가들이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3000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3분의 1 이상 늘어난 규모다.

문제 해결을 위해 선진국들이 머리를 맞댔지만, 효과는 없었다. 2020년 4월 주요 20개국(G20)이 출범한 ‘채무 서비스 중단 이니셔티브(DSSI)’는 당해 5~12월 사이 73개국이 빚진 2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 상환을 연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이니셔티브가 지난해 말까지 연장됐음에도 구제받은 전체 부채는 127억 달러에 불과했다.

당시 맬패스 총재는 “DSSI는 아시아 국가들과 민간 채권단의 참여가 그다지 많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구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중국과 헤지펀드들이 더 절실히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저소득 국가들은 당장 거액의 부채 상환을 눈앞에 두게 됐다. 게다가 지난 2년간은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펼치면 차입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최근 긴축 움직임이 나오면서 재융자를 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들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레베카 그린스펀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은 “앞으로 부채 문제가 증가하고 개발도상국의 재정 여유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며 “이들은 또 다른 잃어버린 10년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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