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로 보복하는 러시아...동유럽 몰도바, 국가비상사태 선포

입력 2022-01-21 10:05 수정 2022-01-2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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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몰도바 친서방 정권 들어서자 가격 책정 달라졌다는 지적

▲몰도바 가스 전경. EPA연합뉴스
▲몰도바 가스 전경. EPA연합뉴스

동유럽 몰도바가 러시아에 가스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서 에너지 분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몰도바 의회는 이날 정부가 제출한 60일 동안의 비상사태 선포 요청을 승인했다.

앞서 나탈리아 가브릴리타 총리는 자국 가스기업인 ‘몰도바가스(Moldovagaz)’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과 가스 대금 지급 유예 협상에 실패하자 자국 내 에너지 안보가 위험에 처했다며 비상사태 선포를 요청했다. 가스프롬은 21일부터 몰도바에 가스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사태 선포로 몰도바 정부는 당장 몰도바가스에 1~2월에 부가가치세 유예, 비상 기금 지원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몰도바 가스 회사는 비상사태 도입 후 정부의 긴급 자금 지원을 받아 연체 대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몰도바가스와 가스프롬은 지난해 10월 장기 가스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가스 공급가는 분기마다 이전 9개월간의 유가와 가스 가격을 고려해 책정하기로 했는데, 러시아 가스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몰도바가스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게 됐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가는 지난해 11월 1000㎥당 450달러에서 12월에는 550달러, 올해 1월에는 647달러로 급등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 공급 가격에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고 떠안으면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급기야 지난 20일이 지불해야 하는 1월분 대금 중 일부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가스프롬에 지급 연기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가스프롬이 이를 거부하면서 공급 중단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옛 소련국가들의 정치적 충성도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옛 소련에 속했던 몰도바에선 2020년 11월 대선에서 친서방 성향의 마이야 산두가 친러시아 성향의 이고리 도돈 당시 대통령에 승리하면서 집권했고, 지난해 8월엔 역시 친서방 내각이 구성됐다. 이후 러시아 가스프롬과의 가스공급 계약과 대금 지급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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